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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Feb 22. 2021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와 자코메티


오늘은 스탠리 투치 감독의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Final Portrait)>(2018)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제임스 로드(James Lord)가 쓴 책 <작업실의 자코메티(A Giacometti Potrait)>를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제임스 로드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가 1964년, 초상화를 제작하는 동안 모델을 서주었습니다. 이 둘은 파리의 작업실에서 이젤을 사이에 두고 18일동안 서로를 지켜보았던 거죠. 제임스 로드는 이 기간 동안 자코메티의 삶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작업 과정을 글로 기록하였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스위스 출생으로, 1922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작가, 비평가들과 교류하며 오브제 조각을 초기에 제작하였으나, 이후 두상 조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고대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기반으로 두상을 다수 제작했는데요. 1935년부터 그는 인물 모델을 탐구하며 완벽주의적인 태도로 조각을 만들어 냅니다. 자코메티는 인체만큼 완벽한 것이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체를 회화와 조각의 소재로 다루었습니다. 


1950년대의 그의 작품은 점차 몸이 얇아지고 최소한의 선만 남은 조각으로 변화합니다. 자코메티는 모델을 자신이 인식한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실패라고 여겼으며, 인물을 단순화 하였습니다. 그의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phenomenology)과 실존주의를 주로 언급하기도 하는데요. 현상학은 형이상학 이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철학적 인식 방법으로, 시지각 현상은 각자가 모두 주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종합된 감각의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존주의는 전쟁을 통한 불안과 위기의 철학으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실존 철학은 허무와 불안에서 시작되지만 이를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확신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자코메티는 부인 아네트(실비 테스튀), 뮤즈이자 애인인 캐롤린(클레멘스 포시)의 위태로운 삼각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애인에게는 돈을 많이 쓰면서도 아내에게는 인색한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또한 매일 같은 카페에 가서 같은 음식을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자코메티는 제임스 로드를 모델로 초상화를 그리지만,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붓을 들었다 놓기를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예상했던 시기보다 더 긴 시간 작업을 지속하게 되고요.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부수거나 찢어버리는 일이 일쑤입니다. 존중과 인내로 자코메티의 작품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던 제임스 로드는 자코메티가 만족하고 마무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가 작품을 완성해서 손에서 떠나보낼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립니다. 영화는 자코메티가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의 모습 일부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기에는 충분한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자코메티 역을 연기한 제프리 러쉬와, 제임스 로드 역을 맡은 아미 해머의 연기도 빼어나답니다. 실제 인물과도 많이 닮아있는 뛰어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되어요. 완벽하게 재현된 자코메티의 아틀리에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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