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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랜드 외국인 Apr 17. 2019

뉴질랜드는 페미니즘의 나라?


뉴질랜드에 살다보면  한국에 사는 지인이나,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뉴질랜드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자연이 그렇게 좋다면서요?” “뉴질랜드 언제가는 게 제일 좋은 시기가 언제인가요?” 

등 여행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지만, 남성 분들이 물어보는 특정 질문이 있다. 


뉴질랜드는 남자들이 살기 별로 라면서요?


뉴질랜드 여자들이 그렇게 기가 쎄다면서요?


인터넷에 떠도는 뉴질랜드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루머들을 접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것인지 종종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이 루머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뉴질랜드가 왜 여성의 힘이 강한지에 대해 이유를 꼽자면, 대다수 여성의 투표 참정권에 대해 언급한다. 

맞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 최초로 여성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제정한 나라다. 1893년 9월 19일, 정부에서 여성에게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국회에 통과 되었다. 선진국이라는 영국 조차도 1928년에 여성이 투표를 참여할 수 있도록 제정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30년이나 빠르다. 그 당시의 한국과 비교하자면 성리학으로 남녀칠세부동석이 너무나 당연했던, 실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뉴질랜드에서는 이 법이 통과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 사는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숨기지 않는다. 



뉴질랜드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다른 나라의 여성들과 비교했을 때 투박한 면이 많다. 특히 뉴질랜드 마오리 출신 사람들은 원래 태평양 섬 나라에서 건너와 뉴질랜드에 정착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풍채가 좋은 체격 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키위 여성들은 꽤 터프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집 마당의 잔디를 깎거나, 페인팅을 하는 등 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은 알아서 한다.


마찬가지로 남성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어린이 집에 아이를 맡기고 또는 데리고 오는 일, 아이와 장을 같이 보는 일, 요리를 하는 일 등 말이다. 뉴질랜드에 온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적, 한 키위 남성이 나를 위해 요리 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감동을 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요리는 여자가 대부분 하는 것이라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오히려 자신의 아버지가 집에서는 항상 요리를 도맡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요리하는 것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주방에서 도마가 어디있고 조미료가 어디 있는지 자연스럽게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이 한 두번한 솜씨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2017년, 새로운 노동당 출신 제신다 아던(Jecinda Ardern)이 총리가 되었을 때는 전 세계의 신문 기사에 날 만큼 젊은 여성리더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녀는 이제 만으로 38세이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현대 정치에서 최초로 총리직으로 있으면서 임신을 한 총리로서 또 한번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제신다에게는 클라크 게이포드(Clarke Gayford)라는 파트너가 있는데, 이 둘은 결혼을 하지 않은 디 펙토(de facto) 즉, 사실혼을 유지하고 있는 커플이다. 제신다가 출산을 하게 되면 6주의 출산 휴가를 가진 후 직장으로 복귀, 총리직을 계속 이어갈 것이고 그녀의 파트너인 클라크는 자연스럽게 전업으로 아기를 돌보는 아빠가 될 것이다. 클라크는 낚시 채널의 MC를 맡고 있는 방송인이라는 번듯한 커리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업을 당분간은 접고 육아에만 전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이였다면 이 상황이 가능했을까? 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그녀의 젊은 나이, 동거, 그리고 혼외 자식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일찌감치 낙인 찍혔을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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