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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Jul 15. 2016

<새벽 두시 전화벨> 6화

이름이 뭐에요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랑은 권위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다. 수많은 관계속의 우리는 그 수많은 관계 속에서 서열을 나누고 서열에 권위를 부여 한다. 그리고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특별한 호칭을 획득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게 그저 어색하다.  

   

누가 나를 ‘선배’라고 부르면 그게 몸서리쳐지고 ‘서 상병님’ ‘서 병장님’은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됐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이 일에 관계된 이들이 전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데 그 호칭을 들을 때 마다 내가 아닌 것만 같다. 나를 ‘형’이라고 불러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나에겐 이름이 있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이름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도, 나를 싫어하는 당신에게도, 이름이 있다. 이름은 그 자체로 우리가 우리들 자신일 수 있게 해준다. 그 이름을 짓기 위해 고생했던 이의 설렘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수없는 용기를 내어야 했을 누군가의 티없음도. 우리의 이름은 품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묻고 싶다. 나를 선배라고, 형이라고, 박 병장님이라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대도 나에게, 애정을 담아 저의 이름을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by TEAM "PLAN S", 글: 서은호 / 그림: 한섬)

<새벽 두시 전화벨> 6화 - 이름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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