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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Jul 27. 2016

나에게 쓰는 편지

아들, 한 달 전 회사 행사 프로그램 중 '나에게 쓰는 편지' 코너가 있어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보았어. 과거의 내가 쓴 편지가 우편함에 도착해 있으니 다른 사람이 쓴 듯한 느낌이 드네. 아빠의 다짐이기도 한 편지를 아들에게도 남길게.


ㅇ박사, 참 뭔가 열심히 살고 있는 듯 하지.. 어느 순간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학위도 따고, 취업도 하고, 아빠도 되고. 갑자기 울컥 눈물이 앞을 가리네.. 왜 이 세상에 왔는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갑자기 가여워진 것 같아. 


얼마 전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지.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찬미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왜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카뮈의 말을 되새기며 살아야겠다.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 사랑할 만하다'라고..

 나의 나약함과 부족함에 매일 무너지면서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더 늦어지기 전에 생활 태도를 바꿔 좀 더 생산적인 것에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떠한 도전이 다가오더라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 내가 선택한 회사, 내가 감동한 회사, 내가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다짐한 그 가치를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이 되는 곳에서 시작하게 되어 다행이다.

 불합리한 것, 불완전한 것, 불평등한 것들 모두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생기는 당연한 산물 이리라. 


 신이시여, 진리가 있다면 그것을 따르게 해주소서.. 불완전한 것에 함께 허덕이며 살게 하지 마옵소서.. 그것들을 가엽게 여기고 보듬으며 나갈 수 있게 하소서.

 지금 키우는 아기와 반려자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게 하고, 아들의 앞날이 저보다 나은 답과 환경 속에서 펼쳐지게 하소서.

 이 생의 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나,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사랑하는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이 몸, 한 몸뚱이로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을 보게 해주소서..

 혹여  지치거나 피곤해서 주위를 상처 주지 않게 하소서..

 나는 그저 살아가는 그대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긍휼히 여기시고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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