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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Jan 15. 2018

그저.. 기도라도 하며..?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 에리히 프롬

 아까 침대에서 칭얼대며 깨어나는 아들을 봤어.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건지, 엄마/아빠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 가득 찬 손짓을 허공에 휘저으며 깼는데, 엄마도 비몽사몽 일어나 아들을 꼭 안아주고 다시 잠들었어.

 자다가 일어나니, 깜깜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문득 혼자인 생각에 무서웠던 게지.

낮에 놀아주던 아빠라는 사람, 밥 주던 엄마라는 사람이 실제 있기나 했었던 걸까. 아직 시간 개념을 모르는 이제 31개월생인 너에겐 눈 떴을 때, 마주하는 어둠은 공포 그 자체였겠다.


훈육한답시고 아빠와 엄마가 너에게 이런저런 설명, 훈계, 칭찬, 격려, 나무람 등을 보이지만, 사실 엄마/아빠도 잘 몰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궁극적으로 왜 살고 있는지. 그저 아들과 같이 엄마/아빠의 엄마/아빠로부터 태어났기에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아들에게 뭔가 당연하다는 말투, 120% 확신을 갖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것은, 우리(엄마/아빠)가 현재 알고 있는 게 그냥 정답인 듯해서, 어찌 보면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만약 절대자가 내려다보고 있다면 우습게 보일 말들을 그냥 하고 있는 것일 뿐야.


아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맞닥뜨리니 무섭고 두려워서 울고 솔직한 소리를 내지만, 엄마/아빠는 그러지도 잘 못하는 것 같아. 뭔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두려울 법한데, 일부러 그 현실을 (심리적으로) 외면하고, 맞닥뜨리지 않아서 두렵지 않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거야. 그렇게 무뎌지다 보니 정말 무서울게 하나도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어리석게 또는 오만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고..


우리의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돈, 지위, 명예, 종교 등에 매달리며 '우상숭배'를 하게 된다고 에리히 프롬이 말하네. 온전한 나로 계발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용기와 힘을 얻고, 자연과 사회 속에서 조화와 신뢰를 느끼며, 그 우상숭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우리의 존재 목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우리가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현실이 좋은 직장, 지위, 평판 등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 잠시 한눈팔 기회를 주는 것이지 결국에는 그 현실을 다시금 직시해야만 하는 미뤄놓은 숙제와도 같은 것.


그저.. 기도라도 하면서 도와달라고 빌어야 할까.. 신에게..?


일단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뭔가.. 매를 한꺼번에 맞느니, 미리 내성을 키워놔야 덜 아플 것 같은 마음이야.


잘 자 아들. 아빠는 내성 조금 키우고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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