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은 그런 그를 보자마자 돼지가 돼서 왔다고 놀리셨고, 친정 부모님은 뭘 먹어서 저렇게 금방 살이 쪘냐며 당황스러워하셨다.
일주일 사이에 늘어난 체중이 내 눈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이후 난 그에게 치즈군 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가 좋아하는 게 치즈뿐이라면 그래 치즈만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게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콜라다. 무인도에 갈 때도 챙겨 간다나..
연애 시절부터 그의 콜라 사랑은 신기할 정도였다. 식사 자리에서 언제나 그는 콜라로 마무리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탄산 중독이라 할 정도였고, 시댁 식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시댁 식구들의 첫인사는 “요즘도 콜라 많이 먹니?”였다.
생수를 사는 것처럼 콜라는 장을 볼 적마다 꼭 사야 하는 물품이었고, 나는 이게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콜라를 꺾을 수 있는 대체 음료가 없었다. 대신 제로 콜라를 마셔!라고 해도 그건 콜라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2병 사 오면 한 병만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몰래 주방 어딘가에 감췄다. 마치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빼놓은 것처럼.
그럼 그는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다 마신 후 자연스럽게 다음에 장 볼 때 사야겠다고 하며 참았다.
어느 날 요리를 하던 그가 간장을 꺼내려다 그 뒤에 숨겨진 콜라를 발견한 후 그는 소리쳤다.
“뭐야! 더 있었어!”
그 후부터 그에게는 콜라 한 병을 다 마시면 주방 곳곳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마치 꿀단지를 찾는 푸처럼 주방에서 그는 콜라 찾기를 했고, 난 꾸준히 콜라를 숨겼다.
그런 그가 변했다.
어느 날 복통으로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느낀 그는 응급실을 다녀왔다.
다행히 진통제로 고통은 견딜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간수치와 당수치였다.
그 후부터는 그는 콜라를 끊어야 했는데 병원에선 ‘그나마’ 제로 콜라는 괜찮다고 했다. 신성한 콜라를 모독한다고 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 가고 제로 콜라는 그에게 지옥이 될뻔한 세상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손 내밀어준 귀한 존재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