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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Sep 20. 2022

치즈와 콜라

남편의 별명은 <치즈군>이다.


연애 때 그는 내가 느끼한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에 맞춰 입맛을 숨겼다.

하지만 결혼 후 그도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나 음식을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식성을 알게 되면서 놀라웠다.      


신혼여행에서 시작된 그의 느끼한 식성으로 나는 여행 내내 감탄했다.

리조트에서는 아침저녁 가지각색 뷔페가 나왔는데, 각국의 요리가 즐비했다. 그런 그는 마치 유럽인처럼 여행 내내 치즈를 종류별로 골라서 끼니마다 챙겨 먹었다.

난 그중에 그나마 제일 담백한 생모짜렐라 치즈도 한 입만 먹고 말았는데 그는 디저트 접시처럼 식사 외 치즈 접시가 따로 있었다.      



© HNBS, 출처 Pixabay


그 덕분에 그는 귀국 후 1주일 만에 무려 5kg이나 늘어 있었다.

시어머님은 그런 그를 보자마자 돼지가 돼서 왔다고 놀리셨고, 친정 부모님은 뭘 먹어서 저렇게 금방 살이 쪘냐며 당황스러워하셨다.

일주일 사이에 늘어난 체중이 내 눈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이후 난 그에게 치즈군 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가 좋아하는 게 치즈뿐이라면 그래 치즈만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게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콜라다. 무인도에 갈 때도 챙겨 간다나..     


연애 시절부터 그의 콜라 사랑은 신기할 정도였다. 식사 자리에서 언제나 그는 콜라로 마무리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탄산 중독이라 할 정도였고, 시댁 식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시댁 식구들의 첫인사는 “요즘도 콜라 많이 먹니?”였다.      


생수를 사는 것처럼 콜라는 장을 볼 적마다 꼭 사야 하는 물품이었고, 나는 이게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콜라를 꺾을 수 있는 대체 음료가 없었다. 대신 제로 콜라를 마셔!라고 해도 그건 콜라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2병 사 오면 한 병만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몰래 주방 어딘가에 감췄다. 마치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빼놓은 것처럼.

그럼 그는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다 마신 후 자연스럽게 다음에 장 볼 때 사야겠다고 하며 참았다.      


어느 날 요리를 하던 그가 간장을 꺼내려다 그 뒤에 숨겨진 콜라를 발견한 후 그는 소리쳤다.

“뭐야! 더 있었어!”     

그 후부터 그에게는 콜라 한 병을 다 마시면 주방 곳곳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마치 꿀단지를 찾는 푸처럼 주방에서 그는 콜라 찾기를 했고, 난 꾸준히 콜라를 숨겼다.      


그런 그가 변했다.

어느 날 복통으로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느낀 그는 응급실을 다녀왔다.

다행히 진통제로 고통은 견딜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간수치와 당수치였다.

 

그 후부터는 그는 콜라를 끊어야 했는데 병원에선 ‘그나마’ 제로 콜라는 괜찮다고 했다. 신성한 콜라를 모독한다고 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 가고 제로 콜라는 그에게 지옥이 될뻔한 세상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손 내밀어준 귀한 존재로 바뀌었다.      

 


© luciagaro, 출처 Unsplash



그래서 지금 그는 제로 콜라만 마신다. 대신 그 외 당에 대한 조심은 스스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 그동안 그에게 탄산을 덜 마시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이런 상황이 와서 나쁘진 않다.

본인이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씬 좋기 때문이다.

      

대신 탄산은 거의 안 마시던 내가 그 덕분에 탄산에 유연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탄산의 목 따가움은 적응하기 힘들어 조금 벌컥 마시면 딸꾹질을 한다.

딸꾹질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는 아직도 탄산 쪼랩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지금 그는 제로 콜라도 떠나보내지 않게 열심히 운동하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


남편 치즈군에게 묻는다.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그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 단번에 대답한다.

"치즈버거와 제로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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