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start u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한나무 Oct 31. 2021

대형사고

<Restart up>#5

"앞으로 나의 인테리어 인생에 겪을 수 있는 최대의 사고는 무엇이 될까? "


주말에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 연이어 출근을 하게 되었다. 대형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거의 전 공정을 내가 책임지고 관리한 현장이 있다. 꼼꼼히 챙기고 챙겼지만 사고는 터졌다. 전체 공정이 끝난 현장이다. 마감을 위해 미비점 처리로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상태였고, 현장에는 소비자 사모님이 와 계셨다. 인사를 나눴다. 아직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각 방의 시스템 에어컨이 오후 5시를 넘긴 그때 진입한다는 것이고 곧 만나게 되었다. 멀지 않아 대형사고가 발생된 것을 알게 되었다. 안 방의 에어컨이 설치가 불가한 상태였던 것. 에어컨 팀은 공정 초기 배관 작업 시 설치될 공간의 확정을 해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고 했다. 나는 거실 에어컨 자리만 확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사고는 일어났다.



사고 수습 전과 목공 수습 후



대형사고의 내용은 이렇다. 에어컨 설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미 끝난 우물 박스를 뜯어야 했고, 목공 작업으로 확장을 다시 해야 했고, 필름으로 래핑을 해야 했고, 물론 도배는 다시 해야 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당장의 처리를 위해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데 소비자 사모님은 멍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다음 날인 금요일이 입주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장 형님께 보고를 했고, 주말을 이용해 처리키로 정리해 주셨다. 


토요일의 목공 작업, 안 방 전체를 종이 매트와 비닐로 보양을 하고 먼지는 최소한으로 발생하게 했다. 이날 오후 필름 사장님이 다녀가셨고, 이 와중에 소비자의 요청으로 작은 서랍장 하나를 서비스 래핑 해 드렸고, 오늘 도배로 마무리 지었다. 


이틀 동안 주말 출근에 대해 염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내겐 무엇보다 말끔한 해결과 각 공정 사장님들의 기분이 우선이었다. 다행히 일은 잘 마무리되었고 각 사장님들도 별말씀 없이 일을 처리해 주셨다. 


인테리어 업자 또는 업체 직원의 이틀간의 주말 출근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큰 문제 없이 공정이 잘 마쳐지면 무엇보다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비자분들 또한 양해를 해 주셨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이것저것 요청하시는 사항에 대해 기꺼이 처리해 드렸다. 조금은 홀가분 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어제 토요일, 이미 끝난 다른 현장의 소비자분이 연락을 주셨고, 2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 현장도 우물 박스가 있는 집이었는데 우물박스의 한 변이 아래로 기울어졌다는 것과 천장 몰딩의 일부가 내려앉았다는 것. 큰일이다. 이 또한 간단한 사고가 아니다. 또다시 목공과 필름, 도배가 진행돼야 하는 대형사고이기 때문이다. 이건 전혀 나의 잘못이 아니지만 어쨌든 처리를 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소비자 입주까지 이틀이 남았다는 것. 그러나 입주청소를 이미 마친 소비자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건 꽤 난감한 일이다. 내일, 월요일, 전화를 드려야 한다. 


이런 하나하나의 고비를 경험하게 될 때마다 위기로 다가온다. 순간 몰아치는 괴로운 감정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분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대장 형님은 거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타입이며 내 입장에서 어렵겠다 싶은 일들은 직접 책임지고 처리해 주신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분인 것이다. 어려운 순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또 올 수 있어도 곧 다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 어제와 오늘을 지나며 마음이 뭉쳐 있었나 보다. 조금은 한숨을 돌렸지만 뭔가 속이 쓰렸다.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을 불만 제기와 갖가지 사고, 그리고 뒤처리를 감당해야 했던 대장 형님은 참 많이 아팠겠다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 험난할 것 같다. 그래도 든든한 대장 형님의 지원 아래 차근차근히 실력과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내 몫이며 할 일이다. 


잘 해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