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clover Oct 06. 2015

새벽, 사랑스러운 시간

잠든 아기를 마냥 바라볼 수 있는 행복

아기가 태어난 이후, 매 여름에는 야심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안방이랑 거실 창문을 슬쩍 열어두고 계속 왔다갔다 거렸다.
온습도계가 알려주는 온도를 보며 혹시라도 우리 공주님이 더워서 불편할까봐
부지런히도 움직였고, 에어콘을 키고 자던 아주 더운 한여름에는
혹여 추울까 온도를 낮췄다 올렸다하며 에어콘 리모콘을 손에 잡고 잤다.

그리고 어느덧 가을이다.
나는 여전히 가을 바람에 아기가 탈날까 새벽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 작은 공주님은 발로 이불을 뻥뻥 차대며 그 좁은 침대에서 360도 회전을 하며 자고있다.
어른처럼 제법 큰 잠꼬대도 하고, 짭짭거리기도 하며, 간혹 자세를 바꾸다가 사례가 들리는지 기침도 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그게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 아가는 자면서도 바쁘구나.

뒤집기 철에는 자다가 뒤집혀서, 딛고 서는 철에는 자다가 침대를 딛고 서버리면
어쩔 줄을 몰라 엄마를 찾아 우는데 그때마다 달려가 가만히 안아주면

얼굴을 내 품에 마구 파묻으며 잠을 청한다.
그 파묻음에 행복을 느끼며 나도 가만히 아기 머리에 얼굴을 맞대고 황홀경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서로를 안고 춤을 추는 새벽의 시간을 나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매일을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우리 아가는
어느새인가 이렇게 침대에서 만세를 부르며 곤히 자고 있고
자다가도 문득 보고 싶으면 눈뜨고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엄마 손가락을 꼬옥 잡아주는 따뜻한 손, 귀여운 볼, 곤히 잠들면 붕어입,
이젠 제법 단단해져서 용기내어 쓰다듬는 머리, 제법 근육잡힌 몽실한 허벅지.
굳이 아기가 깨서 날 부르지 않아도 몇번씩이나 일어나서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는지 모른다.

잠든 아가의 모습은 정말정말 천사 같아서
아, 하늘에서 사람들에게 아기라는 천사를 내려주어서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천사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들은
또 자신의 사랑의 증거로 천사인 아이를 낳고...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사랑의 증거물이 되는 셈이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문득 마주친 아기의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