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부터 감도는 새벽 특유의 찬기운과 서늘한 내음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을의 새벽이 그러한데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가 절정이다.
모처럼 새벽 공기를 마시니 내가 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만큼 이들을 방치하고 지냈었군...하는 미안함과 함께 모처럼 조우한 곳이
집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려고 창고방 베란다문을 열었을 때란 사실은 조금 슬펐지만
현실의 조미료까지 더해진 새벽 공기도 꽤 기분 좋다.
생각해보면 오랜동안 잊고 지낸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무얼 좋아하나?
제일 좋아했던 새벽의 내음은,
내 아가의 부드러운 살내음으로 바뀌었고
어딘가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에 끄적이던 시간은,
집안 마루바닥에 내 아가와 뒹굴며 크레파스를 끄적이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잡학다식하게 되고 싶어 영화와 전시를 마구 뒤져보던 내 모습은,
내 아가가 제일 좋아하는 뽀로로와 폴리의 뮤지컬이 언제인지 뒤져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과거형이 되어 좋아하던 것들이 되었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동일시 되어있다.
처음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땐, 나를 구성하는 부품을 잃어가는 느낌이라 상실감이 컸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내 앞에서 뽈뽈 돌아다니고 있는 내 아이,
그러니까 나를 구성하던 부분의 커다란 부품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품과 섞여
스스로 창조되어 세상에 나와 뽈뽈 거리고 있는걸 보노라면
나에게 있어서 지금은 뱀이나 도마뱀의 허물벗기, 일종의 그런 것이 아닐까.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전환점.
엄마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나의 분신.
좋아하는 것을 너머 사랑함에도 부족함이 있는 그만큼이나 귀한 내 새끼.
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구성해가는 법을 터득했을 때,
그 머지 않은 미래가 되어야 나는 나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새로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처음부터 새로이 나를 구성해가야겠지.
그 시간을 기다리며 나로서의 나는 일시정지.
지금은 엄마로서 좋아하는 것들을 새롭게 채워가는
이 서툰 시간의 1분 1초의 소중함을 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