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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 Sep 23. 2019

사람의 가격은 얼마인가

1일 1마사지를 외치며 매일 여러 다른 마사지샵을 돌아다니다가 끝내 찾아낸 곳. 가격도 부담없고 외관도 깨끗한 ‘글로리 스파’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구글신의 도움을 받았다. 내 구글 리뷰 검색의 노하우는 먼저 나쁜 리뷰 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이곳은 꽤 많은 리뷰가 쌓여있었는데도 일단 나쁜 리뷰가 없다. 최소한 기본은 한다는 소리.      


응대도 적당하고, 안내를 받아 들어간 마사지 룸도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하다. 옷을 갈아입고 누워 손길을 기다렸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손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전날 방문했던 마사지샵에서는 강약의 조절을 제대로 하지않고 무작정 눌러댔다. 맹인 마사지샵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감안은 했지만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별 반응없이 웃기만 할 때는 이게 뭔가 싶었다. 마사지 값을 내고 나오는데 아저씨가 팁을 바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나는 ‘땡큐!’ 하면서 내민 손을 잡고 열심히 흔들어 주었다. 아저씨도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이었다. (사실은 얼른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급급해서 팁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딱 적당한 마사지에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노곤노곤 온다. 아프고 결리던 어깨의 근육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사려깊은 손길을 따라 피가 순환하기 시작한다. 관절을 꺽는 태국 마사지는 잘못 받다가 허리가 나갈 것 같아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지만, 이곳의 맛사지는 지압 위주라서 걱정할 것도 별로 없다. 우울한 기분엔 마사지가 좋다더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구나 싶다. ‘.....그래서 2달러야 3달러야? 도대체 얼마를 줘야해...’


캄보디아 전통 마사지가 한시간에 10달러. 씨엠립의 아주 허름한 마사지는 5달러에서 7달러. 보통 관광객이 많이 가는 비싼 마사지는 20달러에서 30달러다. 동남아의 수많은 마사지샵을 둘러본 경험상, 비싸면 실패의 확률이 좀 줄어들긴 하지만 크게 대단한 것은 없었다. 내가 봤을때 이 가게는 가격 대비 아주 괜찮은 가게이고, 지금 이 마사지사도 성의있게 열심히 마사지를 해 주는 괜찮은 사람이다. 그래서 팁은 얼마냐고.....아까부터 2달러냐 3달러냐를 놓고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는 음식값의 15~20프로를 팁으로 줘야 한다.(고 미국의 어느 불친절한 점원이 윽박질렀다.) 어느정도 강단이 세진 뒤에는 불친절하면 윽박지르든 말든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60분 내내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한다고 애쓴 마사지사에게는 그만큼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팁을 주는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맛사지사들은 기본 월급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팁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가 적절하냐고 물었을 때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나의 한국인 친구가 말한 가격은 내가 생각하기에 좀 비쌌다. 마사지가 10달러인데 팁을 5달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일반인의 월급이 30만원이라면서...? 그 친구가 별로 신뢰할 수 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냥 내 마음대로 20프로 정도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마사지 값이 싼 가게에서는 같은 노력에 더 적은 팁을 주게 된다. 오히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쪼달릴텐데 싶어서, 나중에는 내 마음대로 1시간에 2~3달러 정도로 책정했다. 4~5달러쯤 되면 내게도 부담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수고했다고 밥을 사준다고 생각하면 동남아 관광지의 밥 한끼가 대충 2~3달러 정도니까 괜찮겠다 싶었다.      


캄보디아의 일반인의 월급은 한달에 15달러다. 베트남 보다 훨씬 인건비가 저렴하니까 그럼 2달러? 너무 많이 주면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들겠지?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더 적은 팁을 주고 베트남 사람이라고 더 많은 팁을 주는 기준은 뭘까? 캄보디아 사람은 베트남 사람보다 더 싼가?


별달리 산업이 발달되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여자는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때문에 여행자 물가가 오른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한 그에게 나의 성의를 조금 더 표시하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성의를 돈으로 갚는게 과연 적절한가도 싶었으나, 그가 내 친구도 아닌데 마음으로 갚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캄보디아 사람이 베트남 사람보다 더 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팁은 2달러하고 3천리엘(0.75달러)를 주었다. 2달러와 3달러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랄까. 다행히 매우 고마워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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