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이순신, 고통 속에서 위대한 가치를 창출하다
살다가 보면 끊임없이 고통이 우리를 괴롭힌다. 몸으로부터 오는 고통, 조직, 가족내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상의 고통, 늙어가는 고통,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고통 등등...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가 우리가 인생에서 승리의 길을 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리더십의 권위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전 세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으로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파하였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이 책에서 그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사례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사례를 들고 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유태인으로 부모, 형제, 아내가 독일군의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죽고 자신도 어느 날 죽을 지 모르는 신세였다. 어느 날 발가벗겨져 감방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육체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소를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고 한다. 그 순간 인간은 아무리 육체가 제약을 받아도 주도적인 상상의 자유는 누구도 뺏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순간 빅터 프랭클 박사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 결과 결국 수용소를 살아서 탈출하여 위대한 심리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빅터 프랭클 박사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핵심적인 뼈대가 되었다. 인생을 성공하는 주도적인 사람들은 항상 무의식의 자동반응을 제어하고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수도 없이 아파서 앉았다 누웠다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장군은 거의 병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일기의 내용을 보면 사천해전에서 탄환에 맞은 어깨가 늘 갑옷을 입고 있어서 진물이 흘러 약도 바르고 바닷물로 씻지만 계속 아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상 후유증이 계속 장군을 괴롭혔던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이 죽고, 몸이 아파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데 집중했다. 옥에서 나와 자신을 만나러 오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내용이 담긴 장군의 일기에는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떠나는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속히 죽기만을 바랄 뿐이라는 대목을 읽다 보면 누구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 같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12척으로는 싸울 수 없으니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붙으라는 선조의 명에, 수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으니 싸울 수 있다는 장계를 올린다.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대응해 버리는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망가고 싶은 현실의 자극이 왔을 때 해 보자고 선택적으로 반응한 장군의 선택이 민족을 말살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었다.
인간의 위대함은 주먹이 쎄고 돈이 많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수 만년이 가도록 남을 위대한 인간의 행동은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 놓고 모두를 위한 양심의 길을 실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인간의 욕심이 끝까지 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영화였다. 인간이 저렇게 수 천년을 살아왔다면 답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 진짜 인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영화는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 각자에게 생각을 해 보라고 질문을 던진 영화 같았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인간의 지고한 양심의 실천이 우리가 동물과 구별되는 위대함이 아닐까 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은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양심에 헌신을 한 것이다. 눈이 안 보이고 피부병을 얻어도, 너무 아파서 고름이 나와도 그들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다.
우리는 이러한 위대한 분 들 보다는 못하겠지만 자신의 일상에서 소소한 양심을 실천하여 위대한 영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플라톤이 지은 『파이돈』에 보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란 육체(욕망)로부터의 해탈에 힘쓴 영혼이고 언제나 죽음을 쉽게 맞이하는 연습을 해 온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순신 장군은 진정한 인간의 길을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