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규율을 엄격히 하되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구축하다
이순신 장군은 인자했을까? 엄했을까? 장군의 특성, 즉 캐릭터는 어땠으며, 조직운영은 어땠을까?난중일기에 보면 이순신 장군의 조직운영의 특성은 구성원을 아끼되 조직 전체에 피해를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가장 싫어했던 것은 탈영이다. 탈영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것일 수 있으나 두려움을 전염시켜 결국 모두를 죽일 수 있는 범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탈영한 사람에 대해서는 사형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나쁜 소문을 퍼트려서 개인의 이익을 취한다든지, 자신의 일을 안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벌을 하였다. 목을 베어 효시했다는 내용이 일기에는 상당히 많이 나온다.
얼마나 엄격했냐 하면 임진왜란 초기부터 자신과 함께 일한 우후 이몽귀에게 자신의 직무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하여 80대의 곤장을 때린 내용도 일기에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가장 측근까지도 이렇듯 엄정하게 대하는 장군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정신을 바짝 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혹하고 엄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이기면 포획한 군수품 중 먹을 것, 입을 것을 바로 군사나 격꾼(노를 젓는 사람)에게 배분하였고, 항상 군사들의 먹을 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최선으로 삼았다. 선조실록의 사신의 평에 보면 이순신 장군은 항상 둔전을 개척하고, 물고기와 소금을 판매하여 군사들의 먹을 거리를 챙겼다고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항상 아래에서부터 의견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의 제승당이라는 곳에서 군사에 관한 사항을 항상 논의하였는데 장교, 병사 누구라도 상관없이 군사에 관한 사항을 와서 건의하고 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논어』에서 공자님은 “향원은 덕의 도적이다(鄕愿,德之賊也)”라고 이야기 한다. 향원은 지역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욕을 먹고 싶지 않아 양쪽에 다 좋은 이야기 하다가 문제를 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 보면 이런 사람이 양심적인 사람으로 착각을 할 수 있다. 이런 부류를 공자님은 가장 싫어했다.
욕을 먹어도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진정 양심적인 사람이 아닐까 한다. 특히 리더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누구를 위해서 욕을 먹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하다 욕을 먹고 있으면서 원래 욕을 먹어야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현대의 다양한 조직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자율을 너무 추구하다가 오만과 방종으로 흘러 멸망한 조직도 많았고, 거꾸로 규율만 강조하다가 조직이 딱딱해져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핵심인재의 이탈이 확산되어 멸망하는 조직도 많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규율과 자율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조직이든지 이 두가지 중 한 가지가 깨지면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항상 자율을 기본으로 적절한 규율을 갖추는 조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