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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석 Jul 24. 2022

평가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세심하게 평가하다

이순신, 현대적 스토리텔링형 평가를 도입하여 구성원을 동기부여하다

이순신 장군이 활약하던 시대에는 중국 진秦나라의 상수공법上首功法을 본받아 수급首級의 숫자로 공로의 우열을 판정하고 있었다. 이것에 병폐가 많았는데 당장 적을 무찌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수급을 베어 자신의 공로를 높이려 하니 같은 편끼리 싸움이 나기도 하고 각자의 임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적의 목을 베려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으며, 머리를 베다 부상도 많이 당하게 되었다.


나라의 평가기준이 이렇듯 어설프다 보니 전쟁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선조는 수급을 가져 오는 장수를 좋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능하다. 이러다가 보니 원균은 수급을 가져다 바치려고 혈안이 되었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수급을 가져다 바치려고 같은 편끼리 싸우고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우리 백성인 고기잡이의 목을 몰래 취하려고 한다고 적혀있었다. 참 답답한 장면이 많다.


이순신 장군은 그 당시로는 새롭고 선진적인 평가방법을 취한다. 적의 목을 베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운 자의 공을 높여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해서 평가하겠다고 말하고 실제 이 약속을 지킨다.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른 이 평가방식은 적의 목을 베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본연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로 인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전쟁에 승리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은 이 평가방식에 대한 약속을 지켰는데 그가 처음 승전한 것을 보고한 『옥포파왜병장』에 잘 기록이 되어 있다. 


좌부장 낙안 군수 신호는 왜대선 1척을 당파,

방답 첨사 이순신이 왜대선 1척,

사도 첨사 김완이이 왜대선 1척,

녹도 만호 정운이 왜대선 1척을 등등...


이렇게 세심하게 기록하여 조정에 보고를 올렸으며, 한산도 승리를 보고하는 보고서에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기록해서 글을 올렸다.


중위장 순천부사 권준, 중부장 광양현감 어영담(...) 급제 배응록 등은 접전할 때마다 몸을 잊고 먼저 돌진하여 승리를 거두니 참 칭찬할 일입니다.

(...)

우선 공로를 참작하여 1,2,3등으로 별지에 기록하였습니다. 당초 약속 같이 비록 머리를 베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싸운 사람들은 신이 직접 본 바대로 등급을 나누어 결정하고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지금 보아도 참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평가기준이다. 현대의 조직들도 본질적인 사업성공 보다는 평가기준에 따라 오직 좋은 평가등급을 맞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많다. 이순신 장군처럼 윗 사람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정확하게 평가해 주는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매년 2월 평가 보상이 끝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많이 일어난다.


이순신 장군은 즉시 포상도 잘 시행하였는데 어찌 보면 선조와 조정의 대신들이 싫어할 수 있는 일이다. 한산대첩 승리 후 아래와 같이 즉각 포상을 한 내용이 나온다.


왜적의 물건 중에서 의복, 쌀, 포목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은 군졸들에게 나눠 주어 마음을 위로하였고...


이렇듯 이순신 장군이 정밀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구성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동기부여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부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올린 보고서를 보다가 놀란 것은 전사자와 부상자의 이름을 세밀하게 적고 있고, 전사한 사람은 노비까지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 받는다는 신뢰를 만들어 결국 전쟁에 승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s)라고 목표에 의한 관리가 기업의 주요 평가 방식이었다.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그 달성의 기준을 정하며, 연말에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는 복잡다난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형식에 치우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중하여 큰 가치를 만드는데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 성공하고 있는 혁신 기업들은 큰 방향성만 정하고 그 가치에 집중하면서 순간 순간 대응하고, 평가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과정과 결과를 모두 기록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평가 방식을 MBV(Management by Values), 즉 가치에 기반한 관리라고 이름을 지어 보았다. 이런 방식의 평가는 상황의 변화에 잘 대응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데 효과적이다. 단, 전후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해 평가해 주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은 그 오랜 옛날에 이런 방식의 평가를 활용한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형식적인 평가, 평가등급을 위한 평가가 너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정당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점차 친분이나 요령으로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조직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순신 장군에게서 단순하지만 실전적인 평가의 원칙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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