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코치 Oct 20. 2024

일상의 말들 - '뭐라고 했어?'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사이의 무심함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대화 자리, 오랜만에 만난 가족, 아직은 나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연인들의 대화. 

이 모든 대화는 모든 근육을 풀어놓는 대화가 아니다. 쓰이는 마음 혹은 정신 근육은 다르겠지만 제각각 최소한 한 두곳은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즐거움을 위한 것이든 생존을 위한 것이든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든 말이다. 


성인이 되어 맺어진 관계 중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심신의 근육이 점점 풀어지는 유일한 관계는 부부일 것이다. 매일매일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다 보면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난다. 당연한 일이다. 부부간의 모든 대화가 회의 테이블이나 카페 테이블에 마주앉은 사이처럼 이루어질 수는 없다. 


물 소리때문에 들리지도 않을 설겆이 중인 상대 뒤통수에 대고 이야기를 하고, 손톱을 다듬느라 눈과 손이 바쁜 사람에게 TV화면에서 방금 지나간 장면을 봤냐고 묻고, 세 번쯤 얘기한 약속 일정 때문에 준비하느라 바쁜 이를 보며 어디가냐고 묻는... 그런 사이가 부부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렇다. 그러니 우리의 대화가 매번 텐션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늘어진 대화 근육으로 이 질문을 하는 상황이 자꾸 잦아진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답은 '별 거 아냐. 됐어.'로 돌아온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편도 나에게 이렇게 묻고 내가 저리 답할 때도 많다. 

이렇게 어떤 근육도 긴장시킬 필요가 없는 관계가 되어간다는 것이 좋기도 하다. 같은 물에서 함께 유영하는 듯한 사이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면서도 문득 놓치지 말아야 할 상대방의 시그널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올라온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최근 규칙을 하나 정했다. 

내가 상대방의 말에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리 얘기해주는 것이다. '나 지금 당신 얘기 잘 못들을 수도 있어~'라고. 아직까지는 꽤 효과적인 규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규칙 자체보다 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말을 건낼 때 상대의 상태를 살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더 도움이 된다.

결국... 해결책은 대화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말들 - '다 먹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