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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ug 05. 2021

클루알바 20주차.

And keep moving forward!

18주차 토요일 이른 아침, 늘 그렇듯이 픽업을 치러가기 위해 목적지까지 걷고 있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듯한 빠른 발걸음, 그 중간에 작은 터널이 하나 나왔다. 익숙하지만, 걸어서 통과해본 적 없는 작은 터널. 아침부터 후텁지근한데 이 조그만한 터널이 유난히 길어보였다. 좁은 인도를 폐지 수집하시는 할머니의 리어카와 교차하여 지나치는 순간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아! 이럴때가 아니구나. 빨리 나도 내 갈 길 가야지.  

내 인생은 터널 속.

이젠 터널에도 감정 이입이 된다. 터널 정면을 주시하면서 생각했다. 클루 알바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저 반대편에 나를 위한 눈부시게 환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감상은 개뿔..)


2021년 7월 26일(월) ~ 8월 1일(일). 날씨 계속계속 미친 날씨. 우라질!

19주차에 예고했던 대로 20주차를 마지막으로 매주 기록하던 알바장을 일단 멈추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재미난 에피소드 또는 새로 무언가 느낀 바가 있을 때마다 기약없이 돌아오겠습니다. 

2021년 3월 20일 토요일을 기억합니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찬 어느 흐린 봄날이었죠. 소풍 전날도 아닌데 잠은 왜 그렇게 설쳤는지, 어두운 방 안에서 찡그린 눈으로 시계를 몇번씩이나 확인하고 첫 픽업 예약을 잡았습니다. 지금 같으면 단돈 1천원, 3천원이라도 튀겼을텐데, 뭣 모르고 순진하게 허둥지둥 선착순처럼 잡아버린 거죠. 곤히 잠든 가족들을 뒤로 하고, 대중교통으로 한번도 가본적 없는 방배동 어느 주유소 앞에 다다릅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새벽 라디오를 들으며 동작대교를 넘어옵니다. 그렇게 소중한 40대의 첫 알바를 마치고 손에 쥔 돈은 세금을 뺀 8,700원이었습니다. 1회차였던 그 시작이 그래도 첫 끗발은 좋았다고 스스로 위로도 했습니다. 지금은 20주차(282회~296회차)를 마쳤고, 어느덧 300회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이 발행되는 21주차엔 넘어서지 않을까요. (넘어섰네요;;)   

클루의 애정양말. 발바닥이 구멍나긴 쉽지 않은데.. 4개월 쉼없이 뛰다보니.

2021년 3월 20일에 시작하여, 오늘 8월 5일 목요일이므로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벌써 계절이 바뀌어 한 여름의 한복판을 걷고 있습니다. 짧다면 짧고 어찌 보면 클루에겐 길었던 4개월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총 수입이요? 200만원은 넘었어요.ㅋ 한달 50~60수준? 소소하지요. 근데 당초부터 뭔가 원대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중국어 과외 구하기 실패 후 용돈이나 벌어보고자 시작한 일이었고, 10만원 벌면 뭐 만족, 20만원 이상이면 아주 흡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초과달성한 셈이죠. 그 돈으로 싱금씨 생일선물도 충당하고요. 

처음엔 버는 족족 내 마음대로 실컷 써야겠다 싶었는데. 이게요. 막상 방구석에 던져뒀던 안쓰던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보고, 쌓이는 걸 보니 막상 써지지가 않더라고요. 네, 맞아요. 개인적으로 쓴건 싱금씨 생일선물용 뿐이었어요. 여전히 엄청난 포부가 있는건 아닙니다. 그 돈을 모아서 무슨 명품을 지른다거나, 클루가 갑자기 그루밍족이 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한 적도 없지만, 딱히 머리를 굴리는 일도 귀찮아 하는 중입니다. 그냥 이대로 살다보면 야곰야곰(야금야금의 비표준어) 빼서 쓰거나, 어쩌다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여 홀랑 빼서 쓸 수도 있겠지요. 

다만 변하지 않는 건, 클루알바는 계속 될 거라는 점입니다. 

픽업 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하는 야경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많이 덥습니다. 하나 두개 치고 나면 등짝도 젖을테고, 이마나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내야죠. 그러다 무심코 옆을 바라보면, 시원한 맞바람과 함께 멋진 야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알바지만, 건수 사이에 많이 걸을때는 서너시간 만에 만보를 채우기도 하죠. 그럼 하기 싫어도 저절로 운동이 되는거죠. 

좋은 하늘, 멋진 야경, 기초 운동, 금전 이익까지. 클루가 멈출 수 있을까요. 아마 가을이 와도, 눈이 오는 날만 빼고는 시린 겨울에도 클루는 서울 어딘가에서 또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그냥 늘 지금처럼 해왔던대로 열심히 사는거죠. 행여나 이 글을 읽어주신 분께서 모자 눌러쓴 클루를 보신다면 아는 척 부탁드립니다.ㅋ 농담입니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했는데 절대 알아 볼 수 없죠. 그 익명성에 클루가 활동할 수 있는 거고요.

동튼 아침 알바 시작. 

오늘도 63빌딩이 아침햇살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감상은 개뿔입니다.

클루의 히어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아주 오래전 1991년, 어린 클루를 심쿵하게 했던 영화 <록키> 시리즈의 록키 발보아 아저씨의 명대사를 끝으로 알바장 20주차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t ain't how hard you hit, it's about how hard you can get hit, and keep moving forward. 

(우리네 인생에서) 네가 얼마나 세게 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얼마나 세게 맞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거야. 

                                                               영화 <ROCKY BALBOA>, 록키와 아들과의 대화 中에서..  

It ain't over, 'til it'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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