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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03. 2024

워크홀릭? 바쁨 중독?

일과 고난으로 포장된 불안감

직장 후배 가운데 항상 일이 많아 바빠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친구가 있다. 일도 잘하고 회사에서 나름 인정도 받는 친구이긴 하다.

오래 겪어본 나는 이 친구의 하소연을 조금 다르게 본다. 이 친구가 일중독에 빠져 있거나 불행과 고난을 전시하는 질환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한다. 살다 보면 일 년 가운데 몇 주, 몇 달은 지독히 바쁠 수 있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일 년 365일, 오 년, 십 년을 계속 바쁘긴 힘들다.

어떻게 아냐고? 그렇게 살면 육체가 망가지거나 정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번아웃이 온다는 걸,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알고 있다. 십 년, 이십 년 동안 바쁘고 힘들다고 하면서 심신이 멀쩡하다?

그건 바쁨 중독 또는 고난과 불행을 디스플레이하면서 주변의 인정과 공감을 얻고자 하는 자신만의 처세술이고 테크닉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거 진짜 아니라고? 진짜 바쁘다고? 믿어 달라고?

이 정도면 자기 최면이거나 정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오타니나 손흥민은 엄청난 신체적 훈련과 시합에서의 체력소모 등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삶이 고통스럽거나 힘들다고 전시하진 않는다. 물론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긴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헌신적이고 악착같이 일하지만 그럼에도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산다는 주장은 사실 인정욕구가 절반 가량 섞인 투정으로 들린다. 자신의 삶을 불행과 고난으로 포장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이런 바쁨 중독, 고난 중독의 맹점은 자신에게 행복하거나 기쁜 일이 생겨도 드러내거나 주변에 알려서 같이 기뻐하고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하게 말하면 몰래 숨어서 혼자 기뻐할 수밖에 없다.


불행과 고난을 전시하고 그걸로 동정과 공감, 이해를 구하는 전략은 그래서 썩 좋은 전략이 아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실적에 대해 포장해야 할 일도 생기고 자신이 고생한 걸 어필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 필요하다. 너무 자주 그리고 일관(?)되게 그렇게 군다면 주변에서 다 알아채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가장 현명하고 당당한 전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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