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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25. 2024

글쓰기, 수양의 길

왜 글을 쓰는가

한 달 매일 글쓰기 프로그램에 가입해서 스스로에게 약간의 의무와 강제성을 부여하여 다시 글쓰기를 한지도 이제 25일이 되어 간다.


글을 쓸 때마다 오늘은 어떤 소재와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한다. 일기장에 적어 놔야 할 글을 공개된 브런치에 올리는 건 아닌지. 올바르게 정제되고 정련된 생각이 아니라 설익고 어설픈 짧은 생각을 올리는 건 아닌지 항상 조심스럽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게 되는 건, 아닐까.


사실 내 글은 어떤 유익한 정보, 재미, 교훈, 감동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대개는 부처님 말씀이나 공자님 말씀처럼 자명한 이야기의 반복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브런치에 두어 번 글을 쓴 적이 있었다.


https://brunch.co.kr/@gutstein/18



https://brunch.co.kr/@gutstein/45


예전엔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유용한 도구로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하는 나만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수양과 수행의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깊이와 높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예전엔 보이지 않던 사람마다의 깊이와 높이가 조금 보이면서 가늠도 된다. 어리고 안목이 부족할 땐 뭘 몰라서 하수, 고수 구분도 못했고 사람을 보거나 작품을 읽더라도 대충 뭐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젠 사람마다 작품마다 깊이와 높이가 다르다는 걸 안다. 인격의 깊이, 어떤 특정 분야에서의 실력의 높이. 정신세계의 고결함. 이런 것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높거나 깊은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자신의 주제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수행과도 같은 배움과 학습, 반복을 통해 깊이와 높이를 만든 내공을 갖고 있다. 결국 오랜 시간, 반복적인 수행과 이 과정에서 축적된 공력이 깊이와 높이를 만들어 낸다.


글쓰기도 사실 수행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생각의 수련. 시간과 노력의 축적. 언젠가 깊이와 높이가 더해져 고수의 반열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축복과 기쁨이 함께 하기를. 그리고 디스크와 치질, 거북목과 손목터널증후군 따위는 절대 함께 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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