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두 달째이다.
작년 하반기, 어떤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정말 여러 번 생각하고 고른 유치원이기에 아직까지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만족하고 있다.
10월과 11월,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많은 유치원에서 오픈하우스를 연다. 내가 참가했던 오픈하우스는 약 3-4군데였다. 유치원에서 홈페이지 등에 오픈하우스 공지를 안내 보내는 경우도 있고, 날짜를 못 맞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하기도 했다.
상담과 오픈하우스를 다니면서 당시 내가 고려했던 기준은 자연(숲)에 자주 가는지, 태블릿을 이용한 활동이 적은 지, 선생님 한 명당 케어하는 학생숫자 등이었다. 우리 아이는 당시에 도토리, 밤, 대추 등과 같은 열매와 풀, 꽃에 매우 빠져있었기 때문에 숲에 자주 가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다. 알아본 결과 숲 유치원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유치원에서 2주에 한번 정도 자연을 접하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특별활동의 경우,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영어, 수학, 한국어, 체육, 댄스, 코딩 등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태블릿을 활용하지 않는 유치원으로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 수학, 한국어, 코딩 등등은 많은 곳에서 태블릿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 한 명당 케어하는 아이 숫자의 경우 5세 반은 반 정원이 18명으로 되어 있지만 부담임을 배치하는 유치원이 종종 있어서 부담임이 있는 유치원으로 보내고 싶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한 병에 아이 7-8명 정도로 생활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규모가 커진 한 반에 잘 적응을 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동네의 다른 친구들은 어떤 유치원에 많이 가는지, 셔틀버스를 타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도 고려 조건이었다.
여러 곳을 둘러본 결과, 내 마음에 꼭 드는 유치원은 없었다.
동네에서 가장 많은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은 너무 대기업 느낌이고, 마트에서 종종 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와서 마트체험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일과시간에 굳이 마트체험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또 영어학원 프로그램을 끼고 있어서 영어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직 그렇게 영어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동네에서 유명한 다른 유치원은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봐주어 맞벌이 부모들에게 인기이고 주 1회 수영수업도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수영수업을 듣다가 사고가 날까 봐 무서워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마땅한 곳이 없어서 고민 또 고민을 하다가, 거리가 멀어 셔틀버스가 다니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마음에 들던 유치원이 다시 생각이 났다. 레지오 아멜리아 교육을 하는 곳이라서 너무 보내고 싶었지만 셔틀이 우리 동네 까지는 오지 않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집 근처에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없자 그곳에 너무 보내고 싶어서, 셔틀버스가 오는 가까운 다른 아파트에 가서 등하원을 시키는 것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정도였다.
처음학교에 세 군데 유치원을 지원할 때 레지오 아멜리아 교육을 하는 유치원을 1 지망으로 해서 넣었고, 다행히 지원한 유치원 세 군데가 모두 붙어서 선택권이 생겼다. 주변에서 유치원 어디에 보낼 것인지 물어볼 때도 레지오 아멜리아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 보낼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집 근처에 부담임이 있는 숲 유치원으로 마음을 정했다. 너무나 아쉬웠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
집 근처의 숲 유치원은 어린이집의 다른 친구가 다닐 예정이었고, 셔틀버스 타고 5분이면 유치원에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부담임이 있어서 선생님 한 명이 부담하는 아이의 숫자도 괜찮게 느껴졌다. 그 외에 특별활동은 사실 별로 고려의 대상은 아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같이 어린이집을 다녔던 친구가 같은 반에 배정되어 3월 초 유치원에 적응할 때 서로 의지하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정말 큰 위안이었던 것 같다. 레지오 아멜리아 교육에 욕심을 내서 혼자 먼 유치원에 다녔다면 적응하는데 많이 힘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대기업이라고 느낀 다른 유치원에는 첫째의 친한 친구들이 들어갔다. 그 친구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는 조금 아쉽기는 하겠지만 또 새로운 유치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영어를 평생 공부했던 엄마가 느끼기에 아직은 영어교육 같은 것보다는 숲과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태블릿을 보기보다는 모래를 파고, 지렁이나 벌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이에게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