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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30. 2015

점을 잇기 위한 점을 찍기

Marking the dots를 위하여

Conneting the dots


Connecting the dots 란 표현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로 꺼낸 이야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표현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이다. 당장에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을진 몰라도 과거의 나의 걸음이 내가 다음에 내디딜 걸음을 알려준다. 


그는 자퇴했다. 일반적으로 자퇴는 일종의 '패배'로 여긴다.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는 행동으로 생각한다. 그는 자퇴하고 그가 듣고 싶은 수업을 도강한다. 그때 배운 서체에 대한 지식이 10년 후 매킨토시를 만들 때 들어가고 그 덕에 맥은 아름다운 서체가 들어간 PC로 태어난다. 자퇴하지 않았다면 없을 일이다.


이 강연을 보며 현재 경험의 소중함을 많이 생각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글, 그 글을 담는 브런치도 하나의 점일 거로 생각했다. 당장엔 이 글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다 보면 이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깨달은 게 있다.


점을 이으려면 이을 점이 있어야 한다. 점이 있으려면 점을 찍어야 한다. 여기까진 그냥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에 이을 만큼 점이 찍히려면 점이 남아 있어야 했다.


이을만한 점이 남아있는가?


만약 스티브 잡스가 서체 수업을 조금만 듣고 말았다면, 매킨토시의 멋진 서체는 없었을 테다. 내 글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했다. 브런치 블로그를 한 지 3달이 됐다. 150개의 글을 썼다. 한 달에 50개, 매일 1~2개씩 쓴 셈이다. 양에서 질이 만들어진단 생각과 습관을 들이겠단 생각에 그렇게 했다. 이제 질에 집중하려고 한 번 쓸 때 3시간 이상을 쓰니 하루 한 편의 글쓰기도 쉽지 않다. 긴 글을 쓰고 나면 글 쓸 여력을 다 쏟아야 한다.


긴 글을 몇 번 더 쓰다 그만 지쳐, 글쓰기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게 글이란 그냥 지나간 취미가 될 뿐이다. 그 자체도 언젠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내게 글은 취미 이상의 무언가다. 내가 더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가치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 지금의 글쓰기가 이어질 수 있는 점이 되려면 점을 진하게 찍어야 한다. 종이에 수성펜을 살짝 찍기만 하면 위에만 찍히지만, 꾹 누르고 있으면 진하게 번져 큰 점이 되듯. 그렇게 글쓰기의 점을 진하게 찍으려 한다.


Marking the dots 를 위하여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글쓰기 실력을 올리는 것이다. 글쓰기 실력을 올리는 데에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 좋은 글을 계속 읽는 것과 일단 글을 계속 쓰는 것. 이 두 가지는  계속하고 있다.  그다음 단계로 글쓰기 고수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체화해가는 것이다. 꼭 그들의 말대로 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의 난 배울 게 더 많으니깐. 


남은 하나는 나 자신을 수익화할 만큼 브랜딩 하는 것이다. 글쓰기보다 글을 쓰는 주체인 내 생각, 의견이 가치 있어야 한다. 내가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글이든 무엇으로든 어필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을 통해서도 나의 무언가를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몰입해서 글쓰기의 점을 진하게 찍는 것이다. 이 진한 점을 매개로, 허브 삼아 다른 점을 연결할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브런치를 통해 책을 내든, 좋아하는 매거진의 연재를 하든, 리뷰어로 돈을 받든, 인터넷 방송으로 이익을 얻든.


잡스처럼 10년 후 내가 나를 볼 때, 지금 이 시점이 굉장히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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