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하려고 보여주지 말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라
- 사이먼 사이넥
누군가 나에게 너는 지금 도대체 뭐 하고 있냐는 말을 한다면? 흔히 명절 고충으로 말하는 대학, 취업, 결혼에 대한 질문들이 있다. 나에게 '너는 지금 뭐냐'고 묻는다. 일련의 과정에 있는 내가 결과로 내세울 건 없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말한다. '네가 뭔지 보여주라'고. 보여줄 게 없다면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인 거라고.
처음엔 그들의 말에 휘둘렸다.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썼다. 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있다. 그들은 내가 보여준 걸 보지 않는다. 내가 안 보여준 또 다른 것들을 보여 주라고 한다. 그제야 알았다. 이들은 내게 관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무엇을 하든 말든 책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나를 책임지는 건 나다. 중요한 건 내가 할 것을 하는 거고, 남의 요청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 것이다.
조급하지 말자. 중요한 건 성장하는 과정
누군가 나의 성장을 보여달라 닦달하면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단 내가 키워야 하는 부분이라면 그 말 자체는 잘 듣자. 대신 조급해서 무언가 보여주려 애쓰지 말자. 중요한 건 성장하는 과정이다.
어렸을 때 해리포터 1권을 볼 때 이야기다. 나는 챕터 1이 정말 재미없었다. 정말로. 몇 번을 도전해도 거길 넘기지 못했다. 두들리 아버지의 이야기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진짜 한 번 꾹 참고 다음 챕터까지 넘어갔다. 그다음부터 나는 해리포터 각 권을 10번 넘게 반복해서 읽는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내가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건 어쩌면 챕터 1일 지도 모른다. 아무 재미도 없고, 재미없을 것만 같은 예감만 들게 한다. 조앤 롤링이 뒷이야기는 재밌을 거라고 미리 스토리와 결말을 알려줬다 해도 과연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그냥 그 이야기를 쓰면 된다. 조앤 롤링은 그렇게 그냥 썼고 그 이후론 대작가가 되었다. 조앤 롤링은 자기 이야기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녀 자신도 자기 이야기가 재미 없다고 느꼈다면, 우리는 어쩌면 해리 포터를 못 읽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도 마찬가지. 내 스스로 내 삶을 기대하지 않는 한, 어떤 놀라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입증으로 입증하지 말고 성장으로 입증하라
입증하지 말고 성장하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으로 입증하란 말이다. 입증하기 위한 입증은 조급해 보인다. 진짜 좋은 사람은 그걸 보여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다. 괜히 난 좋은 사람이니 좋게 보여야지 하면 될 것도 안되는 것이다. 무턱대고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는 것이 일을 어긋나게 한다.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한다. 막 피켓을 세우고 와서 들어보라고 간청하지 않는다. 그냥 들려 준다. 지나가다 솔깃할 음악이면 사람들은 알아서 간다. 추워도 서서 본다. 들려줘서 고맙다고 돈을 주기도 한다.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갖고 버스킹 하는 이들에겐 여유가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여유를 갖고 우리가 할 일을 하며 실력을 쌓는 것이다. 성장하고 개선하며 나아지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모습 자체가 우리의 존재를 입증할 것이다. 천천히, 꾸준히, 넉넉하게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