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게 된 사진. 의지박약인 사람들 특징.jpg 라는 이름이었다. 2줄까지 보고 이건 내 이야기다 싶었다. 진짜 근래 와서야 조금 나아졌지 이전엔 사진 내용과 완전 똑같았다. 누가 내 하루를 몇 년 정도 보고 분석한 것 같았다. 난 의지박약이었다.
흔한 의지박약의 일상
뭔가 시작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페이스북 알람이 보인다. 알람 확인할 겸 잠시 페이스북 확인하다가 1시간을 보낸다. 잠깐 컴퓨터 파일 뭐 좀 찾다가 예전 사진도 보고, 뭐도 하다 2시간을 또 보낸다. 그러다가 저녁 시간이라 밥 먹는다. 밥 먹고 졸리니깐 잠 깰 겸 웃긴 영상 좀 보고, 씻고 뭐 하면 12시가 넘는다. 진짜 이제 좀 하겠다 싶으니 잠이 온다. 내일 일정 생각하면 안 잘 수 없어서 내일로 미룬다.
그래도 가끔 힘이 날 때는 열심히 하려고 하면 갑자기 밥 먹으라는 말이 들리거나... 집중이 될락말락 할 때 마침 타이밍 좋게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난다. 일 끝내면 어느새 의욕이 홀연히 사라진다. 그래도 한다고 앉아서 그냥저냥 시간 보내다가 그냥 내일로 미루는 패턴 반복.
최근에 이런 패턴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중 나아지는 데 도움을 줬던 점을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우리의 의지력은 유한하다. 의지력에 기대어 모든 걸 다 해버리려 하면 금방 소진될 것이다. '자아 고갈'이란 현상이 생겨 더 못할 수 있다. 그저 열심히 하도록 몰아붙이는 대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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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뇌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불리는 심리학 개념이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은 일단 시작하면 그것을 끝날 때까지 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고픈 당신에게' 중
일단 시작하라고 한다. 시작하는 건 좋은데, 무얼 어떻게 시작할까? 그걸 알아야 한다. 첫째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체크하자. 하루 시작할 때, 하루 마무리할 때의 5분 정도 점검이 정말 중요, 요긴하다. 내가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오늘 무엇을 했는지, 내일 무엇을 할 건지를 체크해야 한다.
학생 땐 주어진 공부와 과제만 하면 됐기에 별다른 어려움을 못 느꼈다(어렵지 않게 많이 미뤘다). 그런데 학업을 마치고 하던 일마저 쉬니깐 모든 시간을 관리해야 했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이젠 시간별로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상세히 정해야 했다.
둘째 시작해야 할 일을 알았다면 '작게' 쪼개자. 책을 읽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작게 쪼개자. 1쪽 정도로. 진짜 어지간해선 '실패할 리 없게'. 운동을 한다면 '팔굽혀 펴기 1회', '턱걸이 1회' 정도로. 영어 일기를 쓴다면 '1문장만' 쓰기로. 과제를 해야 한다면 하나 조사해보기로. 이 전략의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시작하기'와 '의지력 기르기'.
일단 시작하면 뇌는 이어가보려 한다. 실패하지 않고 계속 성공할 때 이점은 '할 일'에 관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것. 팔굽혀 펴기를 계속한다면, 운동이라는 게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 갈수록 좀 더 한껏 하기 수월하다.하다 보면 그 행동을 이어갈 의지력이 생긴다.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작게 쪼개기를 실생활에서 해볼 때 팁이 있다. 포스트잇 사용하기다. 포스트잇 한 장에 할 일 하나씩 적자. 그 일을 하고 나면 긋거나 떼서 버리자. 이 습관 덕에 자잘한 일들은 바로바로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오늘 해야 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삶이 간단한 일만 있진 않다. 집중해서 무언가 진득하게 해야 할 때가 많다. 아무리 작게 쪼개도 계속해야 할 일이 있다.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을 위한 방법이 있다. 셋째 뽀모도로 기법이다. 쉽게 말해 25분 집중하고 5분 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할 때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25분 집중하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5분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린다. 눈과 손과 뇌를 쉬게 하려고. 3~5 뽀모도로를 하면 그냥 쭉 할 때보다 생산성이 많이 올랐다.
오늘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한다. 새 학기, 대학생들은 이제 개강 OT가 끝나고 정식 수업을 하나씩 시작할 것이다. 개강총회니 엠티니 동아리니 여러 바쁜 와중에 해야 할 일은 쌓일 것이다. 그때 의지박약인 나처럼 시간 보내면 진짜 나중에 눈물 난다. 틈틈 해야 할 일을 파악해서 얼른 끝낼 일은 바로 끝내자. 진득이 할 일은 뽀모도로로 해치우자.
의지박약을 파훼하려면 일단 시작해서 약점(해야 할 일)을 찾아 작게, 잦게 계속 공격하는 것이다. 때론 진득하게(뽀모도로 기법으로). 몇 주 해봤을 뿐인데 하면서 대학 생활이 눈에 떠올랐다. 그때 이렇게 생산적인 방법들을 알았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 것 같다. 나처럼 나중에 눈물 값으로 배울 수도 있고 지금 한 번 그냥 시도해보고 배울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월요일부터 다시 생산적으로 살아보려 할 것이다. 이왕 보낼 시간 잘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