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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Mar 20. 2016

내가 내 삶의 편집자라면

본질 : 나의 삶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은 '최우수 작품상'이다 .... 그런데 시상식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이 하나 있다. 바로 '편집상'이다. ... 하지만 아카데미상에서 편집상과 최우수 작품상은 서로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81년 이후로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전부 다 편집상을 수상했거나 편집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아카데미 전체 역사를 보더라도 최우수 작품상의 3분의 2는 편집상 수상 후보작들에서 나왔다.

<에센셜리즘> 그렉 멕커운 저 중


가장 좋은 편집은 본질적인 메시지를
선명하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


책 <에센셜리즘> 에서 저자는 삶에서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삶을 에센셜리즘의 삶이라 말한다. 비본질적인 것에 시간을 쓰다 본질적인 것도 못하는 삶이 될 때가 있다. 글 쓴다고 인터넷을 켜두다가 잠시 확인한 SNS에 시선이 뺏겨 남은 시간을 다 쓰거나, 한 번 틀어본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계속 연관 영상을 찾게 되거나. (둘 다 내 이야기다)


에센셜리스트의 모토는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이다. 이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편집자의 일을 볼 때 알 수 있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강연에서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정말로 중요한 일은 한두 가지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있고 엄청나게 많은 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는 편집장으로서 수많은 것들을 검토하고 그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소수의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편집인이 그렇다고 모든 것을 거절하거나 '아니오'라고 말하거나 없애는 사람은 아니다. 무언가를 더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유능한 편집인은 분명한 원칙으로 빼고 더함으로 영상의 생명을 불어넣는다. 유능한 편집인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전부 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삶도 분명한 원칙으로 편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정말 중요한 것들만 있는 삶을 어떻게 꾸릴까? 효과적인 삶의 편집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들과 업무를 추구할 여유를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 한 출판 편집자는 말했다. '나의 일은 독자가 쉽게 책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독자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일이죠.' 삶의 편집자도 비슷하다. 내 삶의 '주제'가 무엇인지 드러나는 삶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본질이 무언지 드러내는 게 삶의 편집자의 일이다. 


모든 원작자들은 자기가 만든 모든 걸 살리려는 욕구가 있다. 영화나 음악, 글도 마찬가지. 하지만 글에서 '퇴고'처럼 영화에서 '편집'은 덜어내고 빼고 지워야 한다.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건 필수 과정이다. 내 삶을 어떻게 편집할 수 있을까?


비본질적인 선택들을 삭제하고 요약하라

편집의 기본은 중심 메시지와 줄거리를 모호하게 하는 요소를 삭제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가능한 여러 선택지를 삭제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결정'이라는 뜻의 decision은 라틴어 cis, cid에서 온 단어인데, 이는 '자르다', '죽이다'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에센셜리즘> 그렉 멕커운 저 중


앨런 월리엄스라는 편집자는 자기 책에서 편집할 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고 있는가?'와 '그것을 최대한 분명하면서도 간결하게 말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라고 한다. 무언가 삭제하고 요약한다는 건 드러낼 메시지를 최대한 분명하고 간결하게 드러내는 걸 말한다. 


내 삶에서 비본질적인 요소를 삭제하고 요약해야 본질적인 것이 드러난다. 요약한다는 건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줄여, 더 적은 단어로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더 적은 일로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함이다. 삶을 요약한다는 건 불필요한 활동을 빼고 그 빈자리에 의미 있는 활동을 넣는다는 걸 말한다.


바로잡기 혹은 보존하기


<인디애나 존스 레이더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등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편집을 맡은 마이클 칸의 이야기다. 그는 항상 스필버그가 바라는 대로 편집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스필버그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얼지 염두에 둔다고 한다. 스필버그 본인조차도 자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면 그가 진정 바란 것을 고려하면서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삶에서 무언가 빼고 넣으려면 먼저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있어야 내 활동들이 본질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감독의 의도를 모르면 편집을 잘할 수 없다. 편집을 못 하게 되면 모든 촬영 영상을 트는 무지막지한 영화가 된다. 감독조차도 그 영화를 보면 어떤 의도도 찾을 수 없을 영화.


오늘 하루의 '의도', '본질적 목표'가 없으면 돌아볼 기준이 없다. 막연한 목표가 있으면 막연한 편집만 할 뿐이다. 단지 시간을 조금 낭비했거나, 실수했던 거나 하는 정도만 생각할 수 있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뚜렷한 편집을 할 수가 있다.


내일부터 시험 기간인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삶의 본질은 명확하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 내일 보는 과목의 필기와 볼 책들을 보고 어떻게 공부하는 것만이 하루의 본질이다. 그때 독서실에 같이 간 친구와의 잡담, 머리 좀 쉰다고 시작한 게임, 집에 와서 잠깐 보려고 한 예능과 드라마 등은 비본질이다. 하루를 돌아볼 때 뺄 요소는 비본질적 활동이고 넣을 요소는 빼고 남은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다. 


 뜻도 있고 관심이 있지만, 마음처럼 안 살아지는 건 삶의 편집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편집 이전에 '본질', '의도'가 명확하지 않아서이다. 자기 자신이 먼저 설득되지 않은 의도이기에 편집자도 설득되지 않은 것이다. 분명한 인식이 가장 먼저 있어야 한다.


인식이 없으면 뺄 것과 보존할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위에 언급한 학생에게 인식이 없을 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공부할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책을 펴두고 계속 자거나 하면서 본질적인 시간마저 편집될 수 있다. 그 시간에 대신 비본질적인 활동이 채워지는 것이다. 원래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삶의 본질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드러내는 삶


가장 좋은 편집은 본질을 무조건 많이 빼는 게 아니다. 메시지를 선명하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이들은 자기 시간과 활동을 자르고 요약하며 교정한다. 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계속 하루를 본질적인 활동으로 채워 간다. 


오늘 내 하루를 돌아봤다. 오전에 할 일을 하다 잠시 쉬자며 별 의미 없는 일을 했다. 게임 영상을 보다 당겨서 게임을 했다. 할 일을 한 시간보다 쉰 시간이 더 많게 됐다. 이 글을 읽고 문득 기타 생각이 났다. 지금도 내 책상 옆에 있지만 먼지 쌓여가는 기타. 심심할 때 기타 한 번 치자고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의미 있게 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음악과 여가를 결합한다면 남는 것도 있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니 본질적인 쉼일 수 있었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기타를 한 번 잡기로 했다. 설령 금방 내려놓고 게임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엇보다도 요새 내 본질 중 하는 글쓰기다. 이 글을 읽고 어떻게든 글을 쓰기로 했다. 완전한 글로 다듬기 위해선 시간이 꽤 필요하다. 내게 본질은 '글쓰기'이지 '완벽한 글쓰기'가 아니다. 본질적인 것만 남은 글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했으니 본질적인 활동을 했다. 에센셜리스트와 최근 집중하는 비완벽주의자의 삶을 결합해보게 된다. 


나의 삶의 목적, 본질이 무언지 생각하고 인식해보자. 내 하루가 얼마큼 본질적인 활동으로 채워졌는지 살펴보자. 뺄 것을 빼고 더할 것을 더하고 바로 잡을 것을 잡자.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있다. 의미 있는, 본질적인 일을 하기에도 부족하다. 소중하지 않은 이를 만나기 위해 소중한 이를 만날 시간을 빼는 것, 의미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시간을 빼는 것은 역 편집이다. 우린 그 반대로 해야 한다. 나의 삶의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편집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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