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청년들 1 : 썸머힐(SummerHill) 김지윤 대표
한 주 동안 일하면서 퍽퍽해진 삶에 여유를 넣기 위해, 우리는 주말에 이곳저곳을 다닌다. 이왕 가는 것, 인스타그램에 뜨고 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을지로, 성수, 이태원, 망원, 상수... 나도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문득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장님들이 대부분이란 걸 알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자기만의 일을 시작하기로 해서 지금껏 이어가고 있는지. 직장인들의 막연한 낭만을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연희동 골목길 중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에서 조금 몇 블록 떨어진 2층 건물에 독특한 느낌의 샵, 썸머힐(SummerHill)이 있다.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위치인데도 사람들이 한두 명씩 꾸준히 방문하는 곳. 이곳의 꽃은 '꽃알못'인 내게도 느낌 있어 보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썸머힐(SummerHill) 김지윤 대표를 만나 어떻게 이 사업을 운영하게 됐는지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겸 플라워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썸머힐 SummerHill'의 대표 김지윤이라고 합니다. 썸머힐은 ‘Hope your better life’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썸머힐의 제품과 꽃이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여유롭고 아름답게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슬로건을 가지고 제품을 제작하고 꽃을 만지고 있습니다.
운영한 지는 공식적으로는 1년이 조금 넘었고 비공식적으로는 1년 7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아직 많이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도전 중인 브랜드입니다.
창업 전에 소품 샵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근무하며 다양한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작업과 제품 판매 사이에서 조율하며 여러 가지 업무를 맡아 진행했었어요. 1년 정도 근무하니 피로에 시달렸고, 또 이제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퇴사하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걸 고민해 보기로 했어요.
퇴사 후에 한 달 정도 캐나다에 휴식 겸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업무 중에 캐나다 여행을 준비하며 펼쳐본 캐나다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summerhill’이라는 지하철역 이름을 발견했어요. 무언가 싱그럽고도 여유로운 느낌이 담긴 이름을 고민했는데, 마침 딱 맞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의 작은 프로젝트들의 타이틀로 삼게 됐어요.
한 달 정도 캐나다에서 지내며 제가 외국적인 느낌이 담긴 제품들을 많이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여유로움과 푸르름 속에서 온전히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돌아와서 여행의 영감을 담은 천 가방을 시작으로 썸머힐의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일을 벌일지 몰랐습니다. 그 후 여러 프로젝트 성으로 제품들을 제작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꽃 작업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꽃을 좋아했고, 틈틈이 꽃시장에 다니며 선물을 하거나 집안에 두며 즐거워했었으니까요. 그러나 제대로 된 가게를 차린 것도 아니고 블로그로 이제 막 시작하는 프로젝트인 썸머힐에 사람들이 처음부터 꽃을 주문해주지는 않았어요.
생화는 수명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야 하기에(주문 없이 생화를 계속 가지고 있기 어렵기에) 초반부터 꽃 작업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먼저 꽃과 관련된 문구들을 일상에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제품을 제작해보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만들었던 가방의 슬로건이 ‘Always with flowers in our lives’였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항상 꽃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되었던 가방이었어요. 사람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작은 문장이 담겨,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던 게 썸머힐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디자인과 실용성, 둘을 많이 고민하고 제작했어요. 그때 당시 100장이라는 수량을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은 많은 수량이어서 더 고민하고 제작했어요. '안 팔리면 내가 평생 쓰거나 선물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금방 다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 첫 시작이 계기가 되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브랜드를 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하고 싶었던(꽃 작업) 일을 조금 뒤로 미뤘다가, 다른 작업으로 사업 기반을 다진 뒤에 시작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본격적으로는 작년 5월 즈음에 생에 없을 것 같았던 첫 작업실을 계약하면서 시작되었어요. 개인 작업을 하는 친구와 함께 아주 저렴한 매물을 을지로에서 발견해, 들어가면서 급하게 사업자를 내고 썸머힐을 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의 작업실은 진짜 말 그대로 작업만 하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이 공간에서 제품들과 꽃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보고 싶어서 한 달에 3~4일 정도만 오픈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수의 아는 분들만 놀러 와 주시다가 몇 번 운영한 후에는 (오픈하지 않고) 사무실로 쓰는 날에도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와주시는 분들과 저희 모두 불편함이 생겨 작업실을 소품 샵처럼 꾸며 두었습니다. 그 뒤에 손님들이 점점 많이 와주셨어요. 을지로의 5층 건물에 계단으로 올라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게 신기했던 저희였어요.
초반 6개월은 사이트를 만들고 제품을 제작하고 촬영하며 지냈는데, 이때는 조금 힘들었어요. 들어오는 수입이 적었기에 입점처도 알아보고 많은 (사업적) 고민을 하며 보냈던 시간이었죠.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후반의 6개월은 손님들이 많이 와주시기 시작하면서 꽃도 가져다 두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이었어요. 겉에서 보기엔 삭막한 공간인데, 그 안에 사람들의 작업실이 숨어 있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건물 사이에서 꽃을 만드는 곳이 있다는 게 대비되어 보였고요. 을지로와는 잘 어울렸다기보다는 간극에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5층인 게 너무 힘들었어요. 계단으로 5층 올라오는 건 사람들도, 저도 힘들었어요. 꽃 주문이 많아지면서 5층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접근성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또 공간이 좁아서 꽃 주문만 받고, 수업이 어려웠는데 작업을 늘리고 싶기도 했고요. 계단 오르내릴 체력도, 계약도 끝날 시점이 딱 맞았고, 여기서 나가야 사업 확장이 가능해 보였어요.
을지로는 오는 사람은 재밌는데, 지내는 사람은 삭막한 느낌이 들었어요. 공업단지이다 보니 공기도 그렇고 지나다니면서 소음에 많이 시달렸었거든요. 좀 더 여유롭고 조용하고,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연희동은 을지로에 비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에요. 또, 각각 건물 속에 공간이 숨어있는 을지로와는 다르게 연희동은 이웃들이 생기는 재미가 있는 동네인 것 같아요.
제품과 꽃을 같이 판매하면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아요. 신경 쓸 일이 많은 거죠. 제품만 해도 하나 기획할 때 디자인해야 하고, 제작 맡겨야 하고, 포장하고, 사진 촬영, 상세 페이지 제작, CS 관리 등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그러나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품도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꽃 작업까지 더해지면 할 일이 정말 많아져요. 매일 꽃을 정리하고 물을 갈아줘야 하고 새벽에 시장에 가야 하는 날도 생기고요, 꽃도 디자인과 샘플링이 필요해요. 고민하고 작업도 해보고 촬영도 해봐야 합니다.
물론 아직은 혼자서 이 일들을 어느 정도는 해나가고 있어요. 일을 하다 보니 가끔 버거울 때가 있기도 하고 재고를 채워두지 못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요.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눌 동료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대표가 되어보니 생각보다 내 마음에 맞는 사람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채용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지만, 만약 같이 일할 직원을 구하게 된다면 저보다 더 꼼꼼하고 성실한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보다 꼼꼼한 부분에서는 꼼꼼하지만, 아닌 부분도 있어서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좋겠어요.
단기 목표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 조금 더 여유롭게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게 느껴져요. (좋아해 주시는) 저 다운 작업을 더 하기 위해 조금 더 매출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에 꽃을 담아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또 사람들의 일상에 꽃을 담아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현재는 꽃 소비가 특별한 날에만 소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수요가 조금 적어 금액도 높은 편이죠. 점점 일상에 꽃이 더 많이 들어와 일상에 꽃들이 당연해지는 일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꽃을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 계절의 아름다운 꽃을 주세요'라고 말하며 집으로 꽃을 가져가는 그 순간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 : )
장기 목표로는 조금 더 썸머힐다운 제품들을 제작하고 싶어요. 지금은 작은 제품들 위주로 제작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썸머힐이 많이 담긴 일상을 만들고 싶어요. 꽃 작업으로는 큰 꽃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웨딩 데코 작업, 공간 연출이라든지 조금 더 썸머힐의 무드가 담기는 큰 작업을 해보는 게 목표예요.
웨딩 쪽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부케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부케를 드느냐에 따라 신부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즐거운 작업이에요. 계절에 따라, 신부 드레스 느낌에 따라 어울리는 부케를 만들고 싶어요. 결혼식을 가보면 비슷비슷한 부케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신부님마다 각각의 개성에 맞춰 부케를 디자인해서 제작해드리고 싶어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때로는 취미일 때가 좋은 게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무언가를 꾸려 간다는 건 꾸준히 버티는, 인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도 하고, 운영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망'만으로 시작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신경 써야 할 일도 참 많으니까요. 또 내 일을 한다는 건 못해도 나의 책임이고 잘해도 나의 책임이라는 거예요. 이것이 많은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팬레터, 편지처럼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받을 때마다 제 작업을 좋아해 주시고 정말 제 꽃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 기분 좋은 순간들이었습니다. 또 제 꽃을 좋아해 주셨던 분이 알고 보니 저의 지인과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던 일이 있어서, 셋이 모이는 시간을 만들어줬죠. 그리고 꽃을 주문해가신 남자분이 있었는데 받는 분이 저의 친구였던 적도 있어요. 이를 모르고 구매해가셔서 신기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을지로에서 연결되었던 인연을 통해 연희동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 덕에 친한 동네 이웃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지금도 매주 그곳으로 꽃 배달을 하러 갑니다.
연희동에서 만났다는 새로운 인연인, 르솔레이의 대표님을 추천해 드립니다.
썸머힐을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instagram.com/summerhill_flower/
https://www.instagram.com/summerhill_flower_/ (꽃계정)
'OOO 청년들'은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동네들에서 자기만의 사업을 운영하는 2030 청년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서로 알고 지내는 대표님들끼리 연결해서 하는 인터뷰 커넥팅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파일럿 인터뷰로 끝날 수도 있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제안해주셔도 좋고, 지인분이 연결해주셔도 좋습니다. '제안하기'로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