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0차함수 02화

2. 몽유병

by 함수씨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우리 집은 1층 상가와 연결된 작은 단칸방이었어.

온 가족이 한방에서 함께 지냈는데, 나는 그 시절이 캠핑하는 기분이라 참 좋았어.


그런데 가끔씩 아침에 일어나 보면 내가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어머니는 놀라서 골목을 찾아다니시기도 했었지. 그때 출근 준비를 하시던 아버지가 나를 발견하신 곳은 늘 아버지의 오토바이 옆이었어.

부모님은 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몽유병이라며 걱정하셨고, 잠결에 다칠까 봐 혼내기도 하셨지. 사실 몽유병이 뭔지는 몰랐지만 '병'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서웠어. 나한테 '병'은 곧 병원, 의사, 주사, 그리고 쓰디쓴 약을 떠올리게 했거든.


그리고, 나는 몽유병이 아니었어. 괜한 말을 했다가 더 혼날까 봐 말은 못 했지만, 그저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많이 좋아했던거야. 어린 시절의 내게는 오토바이가 멋지고 커다란 로봇 같았거든. 밤에 잠이 깨면 오토바이를 보고 싶어서 비몽사몽 눈을 비벼가며 주차장으로 갔었지. 오토바이를 만지고 안아주다가 옆에서 잠이 들곤 했었어.


내가 반려견 '홍시'를 키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어.(내가 마음대로 연결했지만)

어쩌다가 보니 대형견을 키우게 되었고, 아이를 고르던 중에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달구경을 하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아이를 데려오기로 마음 먹었었어.


몽유병처럼 좋아하는 것에 이끌려가는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랑 홍시의 모습이 닮았다고 느꼈거든. 운명같은 인연의 시작인건가. 내가 달 사진을 찍게 된 것도 이때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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