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때문에 정신이 팔린 요 며칠 생각나는 일이 있다.
몇 년 전 아빠가 아프실 때다.
중환자실에서 계속 상태가 악화되는 아빠를 보며
나의 매일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에 눈 감을 때까지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눌렸다.
아빠가 아프셨던 2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나는 분명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고, 할 건 다 했는데 -
그 중간중간 분명 기쁘고 설레는 일도 많았을 텐데 -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불행한 사람이다’라는 모드로 다른 모든 것들을 덮어 버렸다.
내가 잃은 것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시간들도 잃었다.
요즘 나의 매일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누수 사건에 마음이 눌린다.
아랫집 사람이 나에게 소송을 걸까, 관리소가 결국 책임을 회피할까, 과연 누수는 그칠 것인가,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
분명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고, 할 건 다 하는데 - 나는 다시 ‘불행하다’라는 모드로 다른 모든 일상을 덮어 버린다.
내일모레면 벌써 4월이다.
나는 올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누수 밖에 없다.
아깝다. 미간 사이에 근심을 얹어 놓고 사는 것도 이제 지겹다.
이 문제가 지속되더라도 나는 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것들에도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부터 미친 듯 눈이 내리는데, 또 그 눈발을 뚫듯이 비취는 햇살을 보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