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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의 바다 The Sea of Itami Jun

건축사진가가 바라본 이타미 준의 건축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이타미 준의 바다

The Sea of Itami Jun

2019


단순히 클라이언트에게 사진만 찍어서 주면 그만인가? 정해진 룰에 따라서 그날 촬영하면 되는 것인가? 어느 순간 그 고민이 끝나버리면 내가 생각했던 건축도 그리고 사진도 모두가 바람에 흩어지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익숙함에서 오는 안도감은 불안을 만들고 그 불안을 깨기 위해서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정답 없는 질문에 답을 찾다가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영화를 만났다.



이타미 준.

건축과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나 또한 건축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서

관련된 서적을 뒤적일 때 그 이름을 처음 만났다.



우리나라, 특히 제주도에 다양한 건축을 남긴 건축가로

그의 태생, 이름, 국적 모든 것을 떠나 그의 작품 하나하나로 그 이름이 기억되고 있다.

필름은 제주도를 비치면서 이타미 준의 건축물을 하나둘씩 보여준다. 오브제의 형태로.



우리가 그리는 장면은 빛과 어둠,

명과 암, 밝은 것과 어두운 것으로 구분된다. 무엇이 우선이랄 것 없이

이 둘의 존재로 인해 피사체를 확인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기존에 갖고 있었던 편견을 부실 수 있었다.

어둠, 암, 그림자 그 자체로 표현해야 된다는 것.



그의 생과 건축 그리고 건축으로 볼 수 있는 이타미 준의 생각,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찰해야 되는지

그리고 건축이 우리 삶에서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의 장면들은 사색하듯 읽고 있는 책장을 넘기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생김새, 구도,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오브제

때때로 사람을 관찰하면서

이 공간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건축은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꽤 중요한 사항이고 그것을 느낄 줄 알게 되는 시점에는 통찰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영화는

이타미 준의 경험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보여준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오고 가면서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건축은 무엇이었는지

주변인의 시선과 이야기로 채워나간다.



다양한 건축 사례를 관찰자 입장에서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다큐 형식의 영화에서의 흥미로움이 아닐까?



이타미 준의 건축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의 건축적 철학은 작품들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이 영화는 그것들을 친근하게 해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건축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찾아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는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타미 준 건축가의 건축을 참 좋아하지 않는가?

나도 그렇고.



필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김용관 건축 사진가.

그의 작품은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영감을 준다.

건축을 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던 것을 이번 영화를 통해서

매우 공감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



포도 호텔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나는 '낮은 제주'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낮은 시선에서 제주의 땅과 바다를 수평으로 바라보는 것.

이 단어와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포도 호텔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함께 본 가족들은 제주도에 이런 호텔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며

높고 큰 건축물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의 시선으로 낮게 봤을 때 보이는 것들이 때때로 본질적으로 더 아름답지 않을까?



이타미 준의 건축들.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이타미 준의 건축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또 제주도에 건축해 줘서.

(모든 것은 건축주, 클라이언트 분들의 선택이기도 했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영화는 이타미 준 건축가와 관련된 사람들의 회상하는

이타미 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교차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메시지를 던진다.

건축은 자연에서 왔고, 그 자연은 사람의 온기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건축물을 의미 있게 기록하고 세상에 남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타미 준 건축가가 건축을 세상에 남겼듯이.




#이타미준 #건축영화 #건축학개론


건축사진가 김진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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