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안에서 생각했던 건축에 대해서
오랜만에 #건축학개론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내가 건축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나 건축에서의 느낀 감정들 혹은 소개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블로그 공간인데 마침 얼마 전에 있었던 용인 현장 부근의 카페 하나가 마음에 들어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 참으로 축복받은 것이 촬영 현장에 가면 꼭 그 주변에는 괜찮은 카페들이 있고 이번처럼 건축적으로 유의미한 공간을 만나게 될 때면 항상 들고 다니는 리코 GR 카메라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유희'에 흠뻑 빠져 키보드로 몇 자 타이핑하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스크롤을 쭉쭉 내리면서 사진을 즐겨보자. 사진에서는 그날의 날씨 그리고 그 날씨로 인해 발생한 장면의 질감, 색감, 호감이 결정된다. 알기 전에는 그저 멍하게 쳐다만 볼 뿐이지만 이제 알게 됐으니 그 공기를 느끼려 애쓴다. 맞다. 뭔가를 즐기거나 의미를 찾으려면 느껴야 된다. 그것을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렇게 글을 작성하면 그 훈련 과정 중 하나를 통과하는 셈이다.
내가 봤던 것을 공유하는 일은 이제는 매우 즐겁게 느껴진다. 나는 붉은색 벽돌을 봤고, 이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 위를 쳐다봤다.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여 뭔가 있을 듯한 감성적인 사진으로 표현했다. 벽돌의 질감 또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촬영됐는데, 이렇게 촬영하면 굳이 편집이 필요 없다. 건축과 사진 그리고 카메라와 촬영자를 연결하면 이처럼 즐거운 생각들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건축을 즐기고 있을까? 건축 사진을 촬영하기 이전에 매우 깊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2021년 3월 정도였던 것 같은데 (퇴사 직후) 내가 사진을 촬영해야 될 이유를 찾아야 됐다. 돈도 중요했고, 삶의 활력이나 내가 앞으로 가져야 될 재능이나 능력 등, 내가 살아 숨 쉬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 건축물을 보면서 느꼈던 흥분감에 대해서, 선과 면이 만날 때의 설렘 그리고 정확한 대칭과 공간 안에서의 흐느낌 등이 좋았다. 30년을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며 어느 순간 "아! 이걸로 먹고살아야겠다!"라고 알아차려버렸다. 흔히 이 과정을 운명이라고들 말한다.
용인 수지에 있는 타임 투 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건축물만 예쁜 브런치 카페 혹은 대형 카페라고 생각했지만 내부 공간을 이용하면서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이 놀랬었다. 어쩌면 내가 꿈꿨던 건축 모델이기도 하고 상당 부분 이 문화에서 앞서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카페 그 자체가 회사이며, 이 회사는 손님들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커피 원두에 대한 자부심과 흥미로운 공간 설계를 넘어 건축과의 유연한 관계가 이 시대에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융복합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본다.
융복합. 그렇다. n잡러의 시대라고 하지 않은가? 이 용어는 어쩌면 융복합이라는 단어와 매우 잘 어울리는 묘사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문고를 졸업해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경영학 중에서도 마케팅과 인사관리를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여행사들과 홍보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사진을 찍게 됐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다 합쳐보자. 그럼 내가 뭘 해야 될지 그리고 어떤 길로 가야 될지가 나온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저 살면서 체득된 것들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블로그도 그런 경험 중 하나이다.
(괜히 신발을 벗고 걷고 싶었어요..)
저기 촬영 현장이 보이네요!
카페도 차려보고 싶었다. 내 마음대로 공간을 만들고 이 안에서 사람들과 융화되는 것. 상상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지 않을까? 나는 사진도 찍을 줄 알고 홍보나 마케팅도 스스로 할 줄 아니깐 물론 잘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차령이의 추천으로 갔던 제주도의 카페, 그 카페 주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카페 창업에 대해서 솔직하고 단단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문장 하나면 상황은 끝난다. "일주일에 매일 14시간씩 어디 안 가고 일할 수 있으면 하세요.", "???"
어떤 일이 됐든 결코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없듯이 나도 그리고 타임투비도 그러할 테다. 오랜 생각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결합하여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혹은 건축물이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회사를 퇴사할 때 생각해 본다. 퇴사가 다가올수록 이 회사에서 나는 배운 것도 없고 내 재능만 엄청나게 낭비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회사는 나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깐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나도. 근데 이제 1년을 지나 2년 차가 되어보니 회사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됐는지 깨닫고 있다. 역시는 역시 역시다. 사람은 크면서 배우는구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갤럭시노트20에 펜으로 막 끄적인다. 블로그에 어떤 이야기를 할까? 대부분 나의 개인적 사색의 글이지만 글을 작성하면서도 내가 나를 일깨운다. 스스로 다짐하고 새겨 넣는 과정이 필요한데 블로그는 그것을 해줄 수 있게 해주는 참 고마운 서비스이다. 진지하게 글을 작성할 수 있으니깐 어쩌면 인스타그램보다 혹은 내 홈페이지보다 훨씬 좋은 온라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그 여유 속에서 이런 글들이 탄생한다.
무엇 하나 건축 안에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없다. 건축은 우주이자 우리의 운명이다. 누구나 향유해야 될 대상이고 스스로도 모르게 느끼며 살아간다. 필수 존재라는 뜻이다. 우리의 피처럼 심장처럼 혹은 머리카락처럼. 때문에 나는 직업 중 하나를 참 잘 선택했다. 내가 죽기 전까지 건축이 죽을 리가 없으니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콘텐츠이다.
느껴보자.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관찰하기 시작하면 어쩌면 태어난 순간보다, 결혼 이후, 아이가 탄생했던 그 경험보다 더 크고 웅대한 인생 2막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깐. 내가 건축학개론 게시판에 글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이자 내가 앞으로도 이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순간이다. 건축. 우리말로는 지음. 영어로는 아키텍처.
타임투비, 리코GRx, 건축 등의 키워드가 모여 내 안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전한다. 이 유희를 누군가는 느끼겠고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겠지만 보고 느꼈다면 그만큼 세상 살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지만 0과 1은 셀 수 없을 만큼의 차이니깐.
제가 촬영한 더 많은 건축 사진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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