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사회생활이 일반적인 남성에 비해서 많이 늦어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해야 되는 상황에 자주 당황한 적이 있다. 대부분 경험을 통해서 익히기 때문에 사내 생활도 몇 번의 삐걱임 끝이 배우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경험들이 모두 소중한 자산이 된다. 그렇다고 그때 그 방법들이 이롭다고 생각하긴 싫다. 특히 결재라인.
퇴사를 하겠다고 말하고 남은 마지막 한 달 동안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 그 시기에 주로 하는 말은 이런 것들이다. "나가면 나중에 언제 한 번 같이 일해요", "더 잘 되면 나도 불러야 돼요",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을 할게요." 등등.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인사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추후에 있을 일을 대비하여 더욱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곤 한다. 오늘 나는 이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젊은 현장 소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 만날 수 있냐는 것. 이 순간 바로 직감이 왔는데, 이런 경우는 무조건 부탁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사적인 부탁이 있다는 것은 곧 독립을 의미한다. 회사를 떠난다는 것. 나처럼 내근직도 아니었던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만나자고 했다. 그 용기를 헛되지 않게.
오늘 만났는데, 역시나 예상은 적중했고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나는 이런 과정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나와 독립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도움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는 태도와 분위기. 누군가는 독립한다고 하면 배신이라고 말하고, 돕겠다고 하면 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회사 다녔던 그 잠깐의 시기에 맺었던 인연이 그 이후로 발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연은 지속되는 듯하다.
그가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여 좋은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느리지만 조금씩 건축 시장 안으로 내 몸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 일을 해내고 싶다는 의지도 가득하다. 오히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 나를 더욱 자극하는 듯하다. 그 젊은 소장 님과는 또 어떤 이야기와 경험들을 쌓을까? 그리고 그는 어떤 리더가 될까? 나는 이런 것들이 더욱 궁금하다.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세상 일은 대부분 사람이 하는 것인데, 내 주변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이지 않을까? 건축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는 건축의 결과물이나 프로젝트보다는 그것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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