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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Mar 14. 2024

입양2

언젠가 지울 수도 있는 글

입양에 대한 글을 쓰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다.

첫 번째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어서 표면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하는 이유

(특정사례를 들면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혹시라도 나의 이야기가 입양인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아니기를 바라기에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말을 고르고 최대한 거르고 거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아주 조금 남았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그리고 나는 철저하게 아이 위주로 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 예비 양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할 수 있다.


1. 입양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죠?

"버려지는 애들이 많은데 왜 입양을 못한다는 거예요?"

이거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전에도 잠깐 썼지만, 누군가의 부모가 되기에 철저한 검증과 많은 시간이 든다.

여기서 전문 인력이 풀가동 되지만 적다보니 역시나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아이를 입양하고자 하는 대기자가 또 엄청나게 많다.

그렇게 오랜 기간 대기를 해도 내가 원하는 아이가 딱 내 순번에 입양기관에 있다는 보장이 없다.

잘못 알고 있는 게 늘 입양기관에 그 연령, 성별, 조건의 아이가 구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기 대기 대기의 연속이다.

가끔 몇 개월 안에 다 해서 슝 간편하게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이때 시간되는데 애 데려가도 돼요??

대답은 NO

평생 키우는 아이이기 때문에 출산 이상의 기다림이 있다.



2. 아이를 고르는 것 아니다.

내가 원하는 성별이나 연령대를 얘기할 수는 있지만

신생아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쭉~보고 얘로 할게요 이런 시스템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과 검증 끝에 나의 순번이 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가 열린다.

그때 여러 가지 조건으로 따져보며 양부모와 아동이 매칭된다.

그리고 아이중점으로 매칭한다.

아이에 관한 정보는 물론 부모가 받을 수 있다.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만나기 전, 혹은 만나보고 내가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만나고 거절 만나고 거절 이런게 가능한 시스템은 아님

기회는 한정적이고 당연히 아동에 대한 거절사유가 정당해야 한다.

만남도 거절도 매우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입양의 기회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남아는 여아보다 선호도가 낮다.

높은 연령은 낮은 연령보다 선호도가 낮다.

이 말인즉슨, 오래 남는 아이들은 대개 연령이 있는 남아이다.

연령이 있다고 해도 어린이가 아니다. 그 아이들도 돌이 지난 그저 애기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생아에 가까울수록 선호되다 보니

돌 전의 여아는 거의 바로바로 입양이 되어 나간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남게 되는 아이들은 있기 마련이고 우선 순번을 주려고는 하지만...

사실 모두가 입양을 가는건 아니다.

결연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이 되게 소중하다.

성장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아동들의 한 달 한 달이 되게 크게 느껴진다.



4. 후원금 어디로 쓰냐

이건 내가 정말 정말 사회복지하면서 많이 듣는 얘기다.

일반인에게 사회복지 시설은 횡령범 이미지인 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있는) 시설은 가난하다.

물론 우리가 가난하고 아이들은 풍요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후원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라고 지정하거나 직접 아이들 통장으로 입금을 한다.

이런 돈은 절대 건드릴 수가 없고 건드리지도 않는다.

직원 급여, 시설 운영 등 기관 자체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적다. 직원 복지가 엄청 좋을 수가 없다...

가끔 내부사정 잘 아는 분들이 직원들을 위해 써달라거나 비지정으로 기부해 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잘 없다.  그리고 비지정으로 선뜻 기부하기 힘든 마음 이해한다.

왠지 어른을 위해서 돈 써달라 그럼 직원들 호의호식 할거 같잖아요?

결론은 횡령 불가.

하지만 우리에게 돈을 따내라던가 영업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전전 시설에는 자꾸 주위에 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현 시설은 그런 거 없다.(이게 당연한건데)



5. 입양 얼마인가

아이들을 입양 보내서 엄청난 돈을 받거나 하지도 않는다.

엄연히 말하자면 양부모가 입양진행을 하며 시설에 내야 하는 돈은 없다.

부모에게서 돈을 요구하거나 받는 게 없다.

의외죠? 나도 처음에 일하면서 매우 놀람

상담하고 방문하고 결연하고 법원 진행과정 모든 것을 서포트하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고 사업도 아니라 많이 보낸다고 돈 더 벌고 이런 거 아니다.

우리가 입양을 성공하면 지자체에서, 즉 나라에서 돈을 받는데 모두가 생각하는 거대한 금액은 아니다.

(해외는 모름.)

직원 월급 줄 정도도 아님. 생각보다 소소하다.

일하면서 느낀 게 그냥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가정을 제공하는데 1차 목적을 둔 게 맞는 거 같다.

업무환경이 그리 좋지도, 처우가 좋지도 않다.

하지만 다들 오버타임 해서라도 자기 업무를 해낸다.

아이들이 소중해서, 한 명이라도 더 가정으로 보내주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일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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