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네살차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ma Jun 24. 2024

부부싸움 루틴

부부싸움을 시작하는 법은 아주 쉽다.

손해 보려 하지 않기, 비교하기이다.


남편도 나도 아이가 없는 맞벌이이다.

나는 직장이 멀어 출퇴근 시간이 길고

업무강도는 낮다.

남편은 직장이 가깝고 출퇴근도 용이하지만

업무강도가 높다.

둘 다 주 5일 근무에 2일 휴무

그러나 남편은 주말근무 있고

휴무는 고정적이지 않음


집안일은 보통 쉬는 날에 하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쌩쌩한(?) 내가 더 많이 하게 된다.

평소에 나는 군말 없이 하지만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내 컨디션에 따라 화가 나기도 한다.


최근 남편이 심하게, 오래 계속 아팠고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나도 아프게 되었다.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끝내고

퇴근한 남편에게 말을 거는데

남편은 피곤해서 상대해 줄 의지 없음

그때 대폭발하게 된 것이다...


왜 나도 똑같이 맞벌이에 주 2일 쉬는데

쉬는 날 나는 집안일하고 너는 마냥 쉬냐

아픈 거 감안해서 내가 다 하면 고마운 줄은 아냐

뭐가 그렇게 당연하냐 내가 엄마냐

나는 집안일만 하는 가사도우미냐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대화 상대도 못해주냐


전업주부와 직장인 부부일 때 흔한 다툼인데

나는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는데 vs 나는 퇴근도 없는 집안일 하는데 의 비교 굴레에 빠지게 된다.

내가 더 손해 보는 거 같고, 내가 더 하는 거 같은 마음


남편은 처음엔 미안해했다가

집안일을 내가 다 한다는 말에 너 이런 거 안 하잖아 내가 대신 이런 거 한다고! 참던 거 폭발하고 나는 배은망덕하다 더 폭발

 

물론 현재 화해는 했다.

싸우고 나면 서로 좀 조심하게 된다.

아 얘가 이런 부분을 참아주고 있었구나

이런 부분을 거슬려하고 있었구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날 이후 남편은 약간 피곤해도

(성의 없지만) 내 감정에 신경 써주는 척

그리고 자기도 조금씩 할 건 하고

때때로 고마움도 표현한다.

이거 해라 하면 군말 없이 한다.


나는 남편 아픈 걸 이해하기로 하고

내가 퇴근했을 때 받으면 기분 좋은 배려를

상대방에게도 해준다.

미리 에어컨 틀어놔 먹을 거 해주고

다 먹으면 치워서 바로 씻고 쉬게 해 주기


생각해 보니 내가 깔끔해서 더 유난스럽게 청소하느라

힘들고 피곤한 건데 그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주는 건 잘못인 거 같았다.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혼자 하고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려고 기다린다.

나 혼자 해놓고 고마움을 알아주기를 바라기보다

이게 더 마음이 편하다.

남편도 생색낼 거면 하지 마!라고 해서 안 한다.


결국 남편이 밖에서 돈 많이 벌어오는 건

네 돈이 아니라 우리 가계에 도움이 되는 거고

내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도

우리가 사는 집을 더 쾌적하게 만드는 노동인데

'같이' 살면서 왜 그렇게 네가 더 내가 더

따지게 되고 손해 보기 싫고 비교하는 걸까


부부는 우리다.

니가 좋은게 나도 좋은거고

내가 좋은게 너도 좋은거다.


내가 잊지 말자고 나한테 써보는 말

이지만 언젠가 또 싸울 거 나도 안다.

그럼에도 조금은 싸우면서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