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시작하는 법은 아주 쉽다.
손해 보려 하지 않기, 비교하기이다.
남편도 나도 아이가 없는 맞벌이이다.
나는 직장이 멀어 출퇴근 시간이 길고
업무강도는 낮다.
남편은 직장이 가깝고 출퇴근도 용이하지만
업무강도가 높다.
둘 다 주 5일 근무에 2일 휴무
그러나 남편은 주말근무 있고
휴무는 고정적이지 않음
집안일은 보통 쉬는 날에 하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쌩쌩한(?) 내가 더 많이 하게 된다.
평소에 나는 군말 없이 하지만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내 컨디션에 따라 화가 나기도 한다.
최근 남편이 심하게, 오래 계속 아팠고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나도 아프게 되었다.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끝내고
퇴근한 남편에게 말을 거는데
남편은 피곤해서 상대해 줄 의지 없음
그때 대폭발하게 된 것이다...
왜 나도 똑같이 맞벌이에 주 2일 쉬는데
쉬는 날 나는 집안일하고 너는 마냥 쉬냐
아픈 거 감안해서 내가 다 하면 고마운 줄은 아냐
뭐가 그렇게 당연하냐 내가 엄마냐
나는 집안일만 하는 가사도우미냐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대화 상대도 못해주냐
전업주부와 직장인 부부일 때 흔한 다툼인데
나는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는데 vs 나는 퇴근도 없는 집안일 하는데 의 비교 굴레에 빠지게 된다.
내가 더 손해 보는 거 같고, 내가 더 하는 거 같은 마음
남편은 처음엔 미안해했다가
집안일을 내가 다 한다는 말에 너 이런 거 안 하잖아 내가 대신 이런 거 한다고! 참던 거 폭발하고 나는 배은망덕하다 더 폭발
물론 현재 화해는 했다.
싸우고 나면 서로 좀 조심하게 된다.
아 얘가 이런 부분을 참아주고 있었구나
이런 부분을 거슬려하고 있었구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날 이후 남편은 약간 피곤해도
(성의 없지만) 내 감정에 신경 써주는 척
그리고 자기도 조금씩 할 건 하고
때때로 고마움도 표현한다.
이거 해라 하면 군말 없이 한다.
나는 남편 아픈 걸 이해하기로 하고
내가 퇴근했을 때 받으면 기분 좋은 배려를
상대방에게도 해준다.
미리 에어컨 틀어놔 먹을 거 해주고
다 먹으면 치워서 바로 씻고 쉬게 해 주기
생각해 보니 내가 깔끔해서 더 유난스럽게 청소하느라
힘들고 피곤한 건데 그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주는 건 잘못인 거 같았다.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혼자 하고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려고 기다린다.
나 혼자 해놓고 고마움을 알아주기를 바라기보다
이게 더 마음이 편하다.
남편도 생색낼 거면 하지 마!라고 해서 안 한다.
결국 남편이 밖에서 돈 많이 벌어오는 건
네 돈이 아니라 우리 가계에 도움이 되는 거고
내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도
우리가 사는 집을 더 쾌적하게 만드는 노동인데
'같이' 살면서 왜 그렇게 네가 더 내가 더
따지게 되고 손해 보기 싫고 비교하는 걸까
부부는 우리다.
니가 좋은게 나도 좋은거고
내가 좋은게 너도 좋은거다.
내가 잊지 말자고 나한테 써보는 말
이지만 언젠가 또 싸울 거 나도 안다.
그럼에도 조금은 싸우면서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