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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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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Jul 09. 2024

15. 저혈압

유쾌하지 않은 감각이 또 찾아왔다.

눈앞이 순간 아찔하면서 핑 돈다.

온몸에 누가 끈을 끊어낸 듯

힘이 툭 풀리며 서있을 수가 없다.

나는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식으로 쓰러진다.


처음 시작은 언제였을까?

더 이전에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기억나는 시점은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던 때

할머니를 따라 아침 일찍 성당을 갔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성당은 더웠고, 사람들이 가득했고,

아침 일찍이라 나는 너무 졸렸다.

미사 내내 하품을 했다.

성당 미사에서는 앉았다 일어났다가 종종 있는데

몇 번을 앉았다 일어났을까

갑자기 눈을 깜빡하니 모든 사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거의 눈물 젖은 얼굴을 봤다.

뭐지? 뭐야?? 아픔보다 당혹스럽고 부끄러웠다.

나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내가 저혈압에 빈혈에 뭐 이런 게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불쾌한 감각은 멀쩡한 듯 잘 살다 잊어버릴 때쯤

날 잊지 말라며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대개는 심각하지 않아서 약간 주저앉아서

시간이 지나면 이내 느낌이 가시곤 하기에

대차게 기절을 한 건 손에 꼽는다.


한 번은 중학생 때 화장실 갔다 올게요.

하고 수업시간에 혼자 화장실을 갔다.

분명 이때도 뭔가 불편함을 느껴서 화장실을 갔었다.

메슥거리고 멀미가 난다.

그런데 핑~ 하더니 눈을 뜨니 또 바닥이었다.

공교롭게도 수업 중 복도에 아무도 없어서

나는 혼자 일어나서 양호실로 걸어 내려갔다.

기절을 하고 나면 보통 괜찮아진다.


100%는 아니지만 이 기절이 발생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첫 번째는 주로 오전에 발생하고

두 번째는 주로 공복에 발생하고

세 번째는 주로 피곤할 때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가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생할 때도 있었는데

꼭 발생하는 건 아니라서 이건 호흡이 힘들어서인지 공황 같은 건지 헷갈렸다.


제일 화려하게 넘어진 건 재작년이었다.

회사에서 과하게 일을 하고 있어서 피로에 스트레스 가득이었는데 건강검진을 하다가(오전+금식+피로 모든 조건을 충족)

피를 뽑았는데 무려 세 통을 뽑아가는 것이 아닌가!

(추가 검진하느라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이제 엑스레이 찍으실게요~

해서 엑스레이실에 들어갔는데

번쩍 하더니 나는 또 바닥에 누워있었다.

문제는 이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엑스레이 찍는 분은 방에 들어가 있고

나 혼자 있던 상태에서 쓰러지며

머리를 냅다 콘크리트 바닥에 내리 박았다.


눈을 뜬 즉시에는 사람들이 소란했고

병원이다 보니 바로 침대로 이송됐다.

안경은 구부러져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머리가 좀 아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왕방울만 한 혹이 커졌다.

쪽팔림은 이내 아픔으로 인해 쏙 사라졌다.


이 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멍이 되고

멍이 눈까지 번지고야 말아서 한쪽눈과 이마의 멍이

거의 한 달 이상을 갔는데

결혼할 무렵이라 웨딩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이런 판다눈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암담했지만 이 계기로 깔끔하게 퇴사할 수 있었다.


이전까진 쓰러지는 창피함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이때 계기로 의식이 없으면 머리가 깨질 수가 있구나

알게 되었고 심할 경우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수도,

지하철 플랫폼 등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컨디션이 유난히 안 좋다.

상쾌한 아침이다! 이런 느낌보다 으으...

이런 느낌으로 간신히 일어날 때가 많다.

여태 쓰러진 경험으로 미뤄보아

나는 거의 90% 확률로 피로할 때 기절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일찍 자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려 하고 내 사전에 밤을 새우는 일은 없다.

필사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

이유 있는 나의 자기 관리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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