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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임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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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Nov 12. 2024

'나' 먹여 살리기

임신하고 행복한 기분이 대부분이지만

가장 고역인 부분은 먹는 것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는 걸로 고민하는 것이다.


축복이라 할 정도로 나는 음식이나 음식 냄새로 토를 하는 '토덧'은 없다.

대신 임신 후 약간의 울렁거림과 멀미로 특정 음식만 선호하게 되었다.

주로 찬 것과 매운 것이었다.


임신 전 빵 과일 야채를 좋아하던 상큼이 입맛이라

난 임산부 되어도 입맛 안 변하겠는데? 싶었는데 웬걸

엄청 걸쭉한 아저씨 입맛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남편이랑 똑같은 식성)


라면, 제육, 해장국, 짬뽕 이런 게 무척 당긴다....

임신 전 사놨던 요거트랑 가지를 쳐다보기도 싫어서

무척이나 험한 꼴이 되어서 냉장고에서 썩어서 버리게 되었다.


임신 전엔 요리도 종종 해 먹고 건강식을 즐겼는데

이제는 몸에 안 좋은 걸 더 좋아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요리를 할 수가 없다.

주로 배달, 외식 등을 선호한다.


음식 메뉴를 고르는 과정도 굉장히 멀미가 나는데

여러 가지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역이다.

메뉴 고르다 멀미와 입덧이 엄청 심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화능력도 월등히 떨어져서

먹고 나면 더부룩하고 속안좋아 늘 후회한다.

(그렇다고 굶어도 속이 안좋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먹는 양을 줄이려고 애쓴다.


임신하자마자 남편은 나의 끼니를 챙기는 게 사명인 사람이 되었다.

당신 원래 이렇게 스윗했었어? 싶을 정도로 8년 연애하면서도 몰랐던 어미새 같은 순간을 자주 보였다.

밤늦게 퇴근하고 와서도 배고프다고 하면 뭐 만들어주고, 메뉴 고민 대신해 주고, 심지어 술 약속이 있으면

약속을 가기 전에 내 밥을 손수 다 차려주고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바쁘고 집에 없는 순간이다.

오롯이 나의 끼니를 나 혼자 책임져야 한다.


이전에도 남편의 야근, 당직 등일 때는

요리를 하거나 혹은 굶거나 대충 때우거나

이런 방법을 했는데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혼자 외식이나 배달시키기엔 양도 적어 아깝고

그렇다고 속 안좋아서 뭘 만들 엄두는 안 나고

입덧하느라 입맛도 없는데

그나마 먹고 싶은걸 쥐어짜내야 하는 고통

임산부인 나는 매일 나를 먹여살리기 위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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