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서기 Jun 15. 2023

내 공간을 가져보려고 3

재단에서 일하길 참 잘했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여러가지를 알아 본 결과 100만원의 가계약으로 생긴 협의서를 반납한다고해서 나에게 불이익은 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우편으로 협의서를 분양 사무실로 보내고 70만원을 돌려 받았다. 그렇게 나는 깡통전세를 피하는 비용으로 30만원을 지출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다른 깡통전세를 계약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깡통전세의 계약은 그 이후였다. 다른 공인중개사와 내가 근무 중인 재단의 주변으로 집을 보러 다녔는데, 사무실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의 집을 찾아낸 것이었다. 이 집 역시 신축빌라였지만 옵션이 있지는 않았다. 내가 옵션이 없음을 아쉬워하자 공인중개사가 필요한 옵션을 말하라고 했고, 나는 소박하게 에어컨과 세탁기 그리고 냉장고를 이야기했다. 


그 옵션은 저희가 지원해드릴게요. 여기 계약하신다면. 

여기까지 왔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갔다. 


은행에서 전세 대출금이 가능한 집 

100%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집 

사무실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원하는 옵션 지원 가능


그렇게 나는 계약을 진행했고, 이사일을 기다리며 두근두근 했었다. 그저 방 두 개의 작은 빌라였지만 나로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집이라는 생각에 '오늘의 집' 어플을 수 없이 들락거렸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그리고 저기에 이거 놓고, 저거 놓고. 빈집에 줄자를 들고 가서 가구 놓을 위치를 잡으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재단에서 일하길 참 잘했다. 


그게 뭐라고. 훗날 나에게 상처와 아픔을 줄 깡통전세였음을 그때는 모르고 그저 좋았고, 감사했다. 


당시 나는 등기부등본 확인 등 전세 계약시 주의할 점 블로그를 천 번은 정독하고 진행했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는 주의할 점에서 확인할 것들은 모두 문제가 없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잡혀 있긴 했지만, 이사일에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고,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기꾼도 블로그 글을 만 번쯤 본 건 아닐까? 


이사하고 TV 산게 좋아서 찍었던 사진인데....


천 번쯤 블로그 글을 읽은 내가, 만 번쯤 읽은 놈들에게 당했지만 그럼에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다. 훗날 나에게 '그래도 경서기 잘했어!'라고 했던 것은 두 가지다. 


1. 계약서 서명하자마자 주민센터 가서 확정일자 받은 것

2. 이사를 평일에 진행하고, 당일에 전입신고를 마친 것


전세로 이사할 때 이 두가지를 절대 잊지 말자. 꼭 기억하자. 연차 아낀다고 주말에 이사하면 후회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평일에 이사하여 당일에 전입신고 할 것. 이 하루 차이가 모든 것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도 이런 걸 알고 싶지는 않았다. 
내 공간이 생겨 행복했으니까.


이사하고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던 어느날, 집주인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고 나는 전세금을 지키기 위해 반차를 내고 뛰어 나가야만 했다. 

작가의 이전글 내 공간을 가져보려고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