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3 22:10
시대가 바뀌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으로 점철되던 디지털 마케팅이 '쿠키'를 기반으로 마케팅 디테일링이 가능해지자 광고주는 너 나 할 것 없이 '퍼포먼스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과거 브랜드 마케팅의 경우 네이버 배너와 같은 노출/인지 중심의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목표 전환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매체, 소재, 타겟팅 등 여러 요소를 '최적화'하면서 기업 성장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IOS 14.5 업데이트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ATT(앱 추적 투명성) 기능이 추가되었고 2023년에는 구글 역시 쿠키 수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퍼포먼스의 근간이 되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2022년은 트래킹을 통한 퍼포먼스 광고에 대한 회의와 그에 대한 방안이 논의되는 변화의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가 졌다고도 얘기가 되고 있다. 백(back)단의 고객 데이터의 정확도가 낮아짐에 따라 광고 효율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구매 여정에 맞춘 광고 최적화를 통해 전환율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게 다시 빛을 보게 된 마케팅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다.
CRM 마케팅은 직역하자면 '고객관계관리'다. 단어만 들으면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더 이상 웹사이트의 고객구매여정을 추적할 수 없게 되자 광고주가 가지고 있는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한 회원 메일 데이터를 통해서 이메일링 광고를 하는 것이다. CRM 마케팅은 기존 확보한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보면 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퍼포먼스 광고는 유효하다. 다만 앞으로의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광고는 광고주의 목적 달성을 위해 소재와 미디어의 극단까지 나누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따라 타겟 행동을 나눌 수가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실제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대표 매체인 페이스북 효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재 현업에 종사하는 마케터들의 '눈'과 '입'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아이보스에서 조사한 페이스북 광고 성과 조사에서도 응답자 80% 이상이 성과가 나빠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퍼포먼스 마케팅 매체인 페이스북 성과가 나날이 떨어지면서 퍼포먼스 마케팅 시대의 끝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앞 서 말한 바와 같이 타겟을 잘게 쪼개어 모수를 만들 수 있는 3rd party data의 종말이다. 물론 종말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크롬 쿠키와 애플의 IOS 운영 체제의 데이터 제한은 실제 정밀 타겟팅을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때문에 현재 트래커사들이 어떤 대책을 23년 내놓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퍼포먼스마케팅은 소재, 미디어, 타겟팅 등 요소를 최적화하면서 광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이 심화되면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작 단가 자체가 과거 대비 상당히 높아졌다. 수년전만 해도 수백 원 CPC에서 시작하던 단가는 어느새 1천 원 이상 단가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네이티브 애드로 이야기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광고 형태도 더 이상 '콘텐츠'로써 가치가 없는 경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비딩 단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 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유효하리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확장된 퍼포먼스 마케팅이 나오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시작된 산업이 있고, 퍼포먼스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없이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브랜드를 위해서라도 퍼포먼스 마케팅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의 개념 확장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3rd party 트래커사들이 그들만의 무기를 들고 나옴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이 경우 퍼포먼스 마케터는 어떤 트래커를 '선택'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만 남고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은 트래커사들이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개인정보라는 커다란 벽 앞에서 다양한 옵션을 영위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은 금물이다. 대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을 중심으로 우리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통합 및 재편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가능성 있는 내용이다. 이 경우 퍼포먼스 마케팅은 누가 더 해당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여 효율을 잘 이끌어내는가가 마케터의 덕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은 단순히 플랫폼을 넘어 데이터를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는지에 대한 능력까지 겸비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더욱 심도 깊은 마케팅 카테고리가 될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변화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따른 수혜는 CRM 마케팅과 콘텐츠 마케팅이 제일 많이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장 돋보이는 데이터가 1st DATA인 광고주 고객 데이터가 된다. 때문에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CRM데이터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영위하는 광고주였다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마케팅 옵션이 될 것이다.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질 높은 모객을 함으로써 전환 목표를 달성했다면, 모객 이후 광고주 페이지에서 고객을 유지시킨다는 연속성을 기반으로 향후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진성 유저 모객) - CRM 마케팅(고객 유지 및 관리)의 연결 능력이 마케터의 능력 척도가 되리라 본다.
특히 고객생애주기(Life Time Value)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 안정적 기업 운영의 기본 마케팅 방식이기 때문에 가입된 고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CRM 마케팅에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크림 제품의 재구매 주기는 약 3개월~6개월이라고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관심 유저를 홈페이지까지 유입시켰다면, 그다음은 CRM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부터 관리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구매를 시작한 고객에게는 재구매주기에 맞춰 실제 구매를 촉진할 수 있는 푸시 마케팅을 통해 LTV를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실제 고객이 구매를 하는 그 순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타겟을 잘게 쪼개고 쪼개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를 홈페이지에 유입을 시켰지만, 실제 그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어떠한 활동을 추가로 할 수 있도록 넛지(Nudge)* 를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CRM 마케팅이다. 구매 관심이 높은 소비자의 옆구리를 찔러 구매 버튼을 누르게 한다.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제품을 넣으면 푸시 메시지가 날아간다. <10% 할인 쿠폰> 소비자는 뜻밖의 쿠폰 덕분에 장바구니에서 구매 결정을 하게 만든다. 그것이 CRM이다.
CRM 마케팅 성장의 분위기 속에서 CRM을 주창하는 마테크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넛지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들어오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고객이 더 '전환'을 잘 일으킬 것인지, LTV를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는데 주력할 수 있게 된다.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앞 서 말한 퍼포먼스와 CRM 데이터의 미래는 사실 구분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 기업의 사업 영속성을 위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속한 산업과 브랜드 포지션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른 마케팅 방식을 통해 진행되어야 하며,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아닌 그 순간순간 필요한 방식을 발췌하듯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마케터는 더 이상 퍼포먼스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CRM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와 같이 업무 영역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소위 '잡케터'라고 불리는 폴리매스형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폴리매스형 마케터는 마케팅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클라이언트 상황에 적절한 마케팅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앞 서 설명한 퍼포먼스 마케팅과 CRM 마케팅 역시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해야 하며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활용 방식을 깨우쳐 나가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퍼포먼스 마케팅은 전자 드라이버와 같은 공구였을지 모른다. 데이터라는 버튼을 누르면 강력하게 돌아가는 드라이버가 이제는 동력을 잃은 것이다. 2023년에는 건전지가 다 된 드라이버만 남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식은 아니지만 수동으로라도 드라이버는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 아닌가. 그럼 마케터는 드라이버를 손으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드라이버를 수동으로 돌리는 대신 펜치나 렌치와 같은 새로운 도구인 CRM 마케팅 및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특히 CRM 데이터는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만큼 더욱더 빠르게 체득화해야 한다. 1st data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CRM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학습하고 시행하면서 클라이언트 사업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마케터로서 다가오는 2023년은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한 해가 되리라 생각된다. 2022년 충분한 준비가 없다면 물론 두렵기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은 8개월을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내재화함으로써 2023년에는 더 큰 성장 도약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