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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Sep 18. 2017

#10 IT 업종 종사자의 경제 수명

IT 그룹별 속성과 경제 수명

IT 업종 종사자의 경제 수명은 개인 역량에 의해서도 달라지지만 소속된IT 그룹의 속성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보험사 IT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이 IT 업종 종사자이듯, 숙박 O2O 업체 야놀자의 기획팀에 근무하는 사람도 IT 업종 종사자이다. 이를 조금 전문적으로 표현해보면, 보험사 IT팀 근무자는 Functional 관점에서 IT 업종 종사자이고, 야놀자 기획팀근무자는 Vertical 관점에서 IT 업종 종사자라고 할수 있다. Vertical은 사전적으로는 수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산업 분야를 의미하는말로 사용된다. Functional 관점에서의 IT 업종종사자는 Vertical 관점에서의 IT 종사자에 비해 경제수명이 짧다. Functional 관점의 IT 종사자라도Vertical 관점의 IT 업종 종사자로 커리어패스를 바꾸면 경제 수명이 연장된다. 이유는 Vertical 관점에서의 IT는 성장 산업이라 기회가 끝없이 열리는 데에 반해 Functional 관점에서의 IT 종사자는 나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직장 경험이 부족한 졸업 예정자들 중에는 간혹 ‘글로벌 IT 기업에 취직해 개발업무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IBM, HP, MS, 구글,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IT 회사들은 개발 기능을 국내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 기능은 그들의 글로벌 본사나 인건비가 싼 인도 등에 두고 한국에는 영업, 마케팅 기능만 두고 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재무와 인사 기능만 추가로 가지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IT 기업이라고 부르는 그 기업들은 Functional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제대로 된 IT 기능이 없는 영업과 마케팅 회사라고 보면 된다. Vertical 관점에서만 IT 기업인것이다. 


Functional 관점의 IT 업종 종사자 중에서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사람은 개발하는 사람에 비해 경제 수명이 짧다. 개발하는 사람 중에서도 프로젝트성 개발을 하는 SI 분야 사람들은 IT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순수 개발자에 비해 수명이 짧다. 순수개발하는 사람 중에서도 직급이 올라가면서 영업이나 관리자로 넘어가는 사람은 계속 개발을 한 사람에 비해 수명이 짧다. 

수명이 짧은지 긴지를 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시장가치가 더불어 올라가는지 월급과 나이만 올라가는 지를 보면 된다. 그래서 유지, 보수를 전담하는 SM(System Management) 인력은 개발자에비해 경제 수명이 턱없이 짧을 수 밖에 없다. 유지 보수 경험이 쌓이는 만큼 부가적인 가치 창출은 되지않고 급여와 나이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직은 말 잘 듣고 인건비 낮은 젊은층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수명이 짧은지 긴지를 아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을 쓰기가 곤란하면 몸값이 올라가고 수명도 길어진다. 다른 사람을 써도 별 문제가 없다면 경제 수명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빨간불이 들어와도 조직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모든 조직이 계속 성장할 수만은 없다. 그 때 진짜 위기가 온다.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IT 부서 근무자는 중소/스타트업 기업 근무자보다 경제 수명이 일반적으로 길다. 그러나 한 번 직장을 나오게 되면 재취업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성향을 보인다. 대기업이다 보니 매우 좁은 영역의전문성만 가지고 있었을 수 있고 그래서 해당 스킬셋을 필요로 하는 다른 회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견중소기업에는 필요없는 관리 스킬만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체가능성이 올라가는 동안 몸값이 올라가면서 그 정도 몸값을 지불할 다른 회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지 보수 담당자가 아닌 개발자들도 비슷한 함정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의경우 40대 초반이 되면 개발자로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때를 지나면서 내공이 점점 세지는 부류의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개발자로서 쇠퇴기에 접어든다. 나이가 많아지면 밤샘 코딩을 멀리하게 되고, “이 나이에..” 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개발자에게는 개발의 롤보다는 PM으로서의 역할이 더 많이 주어진다. 경우에 따라선 영업이나 조직 관리의 역할이 부여된다. 화면을 들여다보며 날밤 세는 개발자에게 영업이나 조직 관리의 역할은 마약처럼 다가온다. 내가 컨트롤하는 조직의 규모가 늘고, 사용 가능한 예산 규모가 커지면 개발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된다. 조직 관리와 개발은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속성이 완전히 다른 일일뿐만 아니라 조직 관리가 더 긴박하고 중대한 이슈를 다루기 때문이다. 개발은 조직 관리에 우선순위가 밀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개발역량은 점점 도태되기 시작하고 개발자인 나는 점점 범용화된 재화인 Commodity로 변하게 된다. 


개발자로서 경제 수명을 연장시키는 최선의 방책은 개발에서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연륜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 조직 관리나 영업에 대한 역할이 부여 된다. 이런 역할은 본인이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일들은 아니다. 따라서 역할은 맡되 본인이 정한 본인만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개발자와 관리자 간의 밸런스를 맞춰 나가야 한다. 이러한 초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지기 쉽상이다. 개발 보다 조직 현안의 이슈가 더 긴박한 것도 있겠지만 조직 관리가 더 재미있기 때문도 있다. 개발의 기쁨은 말초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기쁨에 해당하지만 조직 관리는 지배 욕구라는 인간 본연의 잠재 본능을 좀 더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각을 바꾸어 관리자가 개발을 병행해 나가려는 초심을 유지만 한다면 우호적인 환경을 쉽게 만들어 낼 수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도 여러 긍정적인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우선 관리자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본인이 원하는 개발 분야를 선점할 수 있고,개발 업무의 양과 개발 일정을 본인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다. 본인이 조직 내에서 개발경험이 가장 많기 때문에 난이도 높은 신규 분야를 조직 내에서 가장 빨라 익힐 수도 있다. 습득한 지식을다른 사람에게 전파함으로써 개발자로서의 리더십도 유지할 수 있다. 개발과 관리가 괴리되지 않는 개발자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시장가치를 향상시켜 최악의 경우 회사가 망해도 경제 수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시장 가치가 명확하면 조직 내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기 주장을 당당히 관철시켜 나갈 수 있다.


IT 개발자의 경제 수명을 논하기 위해서 프리랜서 트랙을 언급하지않을 수 없다. 프리랜서 트랙을 걷는 경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자바개발 시장처럼 프리랜서 시장이 형성 되어 있어서 굳이 정규직이 아니어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경우이다. 둘째는 오랜 직장 생활동안 쌓아 놓은 독보적인 개발 역량으로 유사 경쟁자가 많지 않은 시장에서 프리랜서로서의 경제활동이 가능한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 직장 생활을 꽤 해보았거나 향후 시장의 유지 기간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일 가능성이높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미래 앞가림을 스스로들 해나간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엔 산술 계산으로 한두 푼 많은 급여의 달콤함에 도끼 자루 섞는 줄 모르고 프리랜서 생활만하는 경우도 많다. 분야마다 예외가 있고 요즘은 수명이 길어지고는 있다지만 대개의 프리랜서들은 40 초중반까지만 수명이 유지된다. 이유는 프리랜서 생활만으로는 트렌드에 맞는 핵심 개발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기 쉽지 않고 고객도 나이 많은 프리랜서들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어제 배운 기술을 오늘 써먹고, 내일도 써먹어서 돈을 벌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연륜 있는 구루급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관리 경험이나, 보고서 작성 역량, 영업 역량을 체계적으로 배양하기도 어렵다. 개인 플레이로는 인맥 확보도 한계가 있다. 탁월한 개발자가 아니라면 많은 경우 프리랜서 생활은 경제 수명을 단축시킨다. 결혼을 하지 않고 젊은 시절을 즐기며 사는 비혼족들은 노후 고독사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계산된 리스크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선택의 문제이다. 계산되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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