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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Sep 24. 2017

#13 커리어 관리에 주변 도움이 필요한 이유

멘토와 커리어 패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서 나쁠 것은 없다. 오롯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짐을 나 혼자만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고 나 혼자서만 고민하다가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다. 몇 날 며칠의 고민이 장고 끝 악수가 되기 십상이다. 나중에 후회를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커리어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 전문가나 인생 선배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하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해당 분야 정보를 얻으려는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혼자 고민만 해서는 안되는 이유들을 살펴본다. 


자라온 그릇의 크기가 미래의 그릇 크기를 결정해 버림

혼자의 고민만으로 커리어 관리를 해선 안되는 이유의 첫번째는, 목표로 설정한 미래의 모습이 본인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치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리어 관리는 목표 수립을 전제로 시작되는 개념이다. 목표는 현재의 연장선에 있지만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목표가 지금의 틀 안에서 유지되는 비슷한 모습이라면 반복 및 숙련이 커리어 관리의 전부가 되어 버린다. 혼자서 고민해 만든 커리어 골은 도달 가능한 여러 대안들 중 극히 일부 중에서 선택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실성 없는 무모한 Day dream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그 과정이 그림으로잘 그려지지 않는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소방관 부모님 밑에서 소방관 자식이, 사업가 부모님 밑에서 사업가 자식이 나오는 이유는 부모님이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 많은 부모를 둔 가정의 자녀들은 커리어 관리를 잘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님만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접근, 볼드(Bold)한 플레이를 할 수 없음 

외부의 도움 없이 본인 생각만으로 모든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게 되면, 목표에 도달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본인만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도 어렵거니와 판세를 뒤집는 대담한 접근, Bold한 Play를 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비 스쿨을 나온 어느 분이 본인 회사 임원의 아들에게 알려 주었던 조언이 생각난다. "존스OOO를 목표로 한 번 해보시죠. 특별 전형으로 남자 간호사를 뽑는데 일단 입학한 후 2학년에 올라가서 원하는 과로 전과를 하면 됩니다. 이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전과가 용이합니다. 특이한 경력이 있는 남자 간호사 경험자, 예를 들어 아프리카난민 구호 캠프에 한 달 정도 다녀 오면 도움이 클 듯 합니다”


돈으로 경력을 만드는 행태를 합리화할 생각은 없지만,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본 받을 필요가 있다. 목표가 뚜렷해도 가시적인 노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들여다 보면 의지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 지를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지식과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목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징검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 지를 알 길이 없다. 글로벌 인재를 꿈꾸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서관에서 토플문법책을 외우거나 어학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여선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다. 그 목표가 적절한 것인지도 사실 의심스럽다. 커리어 관리에 자격증만 있는 건 아니다. 나와같은 경력과 지향점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 수 있는지, 그 길에 이르는 접근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수많은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다. 


부분 최적화로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버림

혼자서만 고민하면 부분 최적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커리어 관리는 인생 전체를 건 기나긴 여정이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예쁜 조각들이 많다고 전체 그림이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예쁜 조각 하나 때문에 큰 그림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최종 골에 이르는 긴 여정들은 새로운 스킬셋을 습득하고, 숙달되다가, 그 스킬셋에 대한 숙련의 대가를 보상 받는 자그마한 싸이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인간 문화재처럼 단 하나의 스킬셋을 평생동안 숙련시켜 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개의 경우 수명이 유한한 여러 스킬셋을 중첩적으로 습득하며 성장을 한다. 수명이 유한한 스킬셋에 숙달될 무렵이 되면 새로운 스킬셋을 습득하기 시작하여야 한다. 훌륭한 성과로 몸값이 높아질 때, 비용이 발생하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경제 수명을 연장시킬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다. 숙련의 대가를 보상 받는 시기에 다른 스킬셋을 습득하지 않고 대가를 극대화시키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다른 시도 없이 그 일만 반복함으로써 조직 내 위상을 강화하려고 하거나, 프리랜스로 전향해서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혼자서 커리어를 고민하다 보면 성장성이 있는 직무로의 이동 기회를 놓치고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 버티기에 들어가는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다. 연봉과 직급을 포기하고서라도 작은회사로 이직을 하는 등, 전체 최적화를 위해 부분 최적화를 포기하는 전략적 액션이 나오기 어렵다.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 어려움

수시로 변하는 관련 시장 정보를 혼자서는 제대로 업데이트 하기 어렵다. 한국인 출신이 미국의 경영학 박사과정에서 바로 어드미션을 받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영국에있는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취득한 후 박사를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이때 석사는 MBA나 수학과, 경영학과가 모두 가능했는데 그중에 가장 실효성 높은 전략은 중위권 대학에서 통계학 석사를 받은 후 좋은 학점과 추천서를 가지고 박사를 다시 지원하는 전략이었다. 경영학 박사가 잠정적 Goal이라면 통계학 석사는 Career path에 해당한다. 건너가는 징검다리이다. 그런데 징검다리는 수시로 변한다. 통계학과 출신들이 경영학 박사과정에서 그간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 최근 경영학과 교수들은 산업체로부터 어떤 프로젝트를 받아오는지, 그래서 어떤 출신 성분의 학생들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잠정적 Goal에 이르는 전략들은 계속해서 변화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시장 정보들은 혼자서 커버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 분야 사람들과 네트웍을 만들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직장 관련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이해관계에 기반한 Biased 된 조언

마지막 이유. 혼자서 커리어 관리를 하게 될 경우 주변 지인의 잘못된 조언에 패착을 두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아는 친구 중 하나는 삼수 끝에 힘겹게 KAIST(구 과학기술대)에 들어갔다. 몇 차례씩 대입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옆집 할머니가 "공부에 재능이 없으면 기술이라도 익혀야지, 잘했네" 라고 칭찬과 함께 덕담을 해주었다. 여담이지만 그 친구는 이후 네이버의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네이버 검색엔진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연륜이 있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애정어린 조언을 많이 듣지만 대부분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에 문외한일 가능성이 높다. 학식이 높고 연륜이 있는 지인이 선무당이 되어 사람 잡는 경우가 생긴다. 직장 상사나 부모님이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는데 본인의 개인적인 바램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나를 위한 조언인지 구분이 안되기도 한다. 난 빨간 부사 사과를 좋아하는데 파란 아오리 사과를 좋아하는 자신의 선호를 내게 관철시키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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