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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Mar 04. 2022

오늘도 자라난다

먼저 발행한 글이 릿터 독자 수기에 당선되어 지면에 실렸다. 편집자와 교열을 봤는데  조사 표현 이외 수정 없이 거의 그대로 실렸다. "글이 좋아서요" 라고 편집자가 말해주었는데, 가급적 허투루 들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문체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나는  글이 항상 마뜩잖다. 그러지 않을 때도 됐는데  쓰는 사람들을 보면 끝없이 질투가 난다. 도저히 못쓰겠는데, 그렇다고 쓰지 않는 삶은  견디겠고 그렇다. 매체에 있을 때도 지면 매체는 아니었고  쓰는 이에 대한 동경은 있을지언정 인쇄 자체에 대한 향수는 없거늘, 서걱거리는 종이 위에 생각이 글자로 박히는 경험은 어쨌든 좀 찡긋하고 적어도 다음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언젠간 뭐라도 쓰겄지.


(아 그래도 글이라는 게 파급력이 커서 내 브런치를 보고 방송 참여를 제안주신 작가님이 있는데…  무려 오렐루야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TV 출연에 대한 의지는 박약합니다 라고 답변드렸다. 미천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도 그냥 계속 써야겠어요.)

글 마지막에 덧붙인 노래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가로 바꿨다. 계속 들어도 불러도 좋은 노래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인데, 심지어 내가 다녔던 학교와 직장보다 훨씬 짧은 기간 겪었음에도 이토록 많은 감정을 품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최근 아이와 보낸 몇 년이 서른여덟 해를 살아오는 동안 가장 압축적인 성장의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몸도 머리도 다 컸는데 계속 자라는 기분. 그래서 자주 울고 싶은 기분. 이건 허투루 흘려보낼 수가 없다. 오래도록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아, 최근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짧게 적었던 글을 아래 덧붙여둔다. 함께 사는 오르막 아이들과 집에 있는 박스 종이와 천들을 찾아 글자도 쓰고, 그림도 그려 나무에 매달았다.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것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지키고 싶다.



다른 어린이집과 달리 매일 알림 노트를 받아보지 않는다. 교사들이 사진을 때때로 모아 클라우드에 올리는데, 최근 1년 치를 한꺼번에 받았더니 거기 아이들 사계가 모두 담겨있었다. 무대는 성미산. 가끔 생각했다. 매일 똑같은 산에 가서 뭘 하고 놀까? 새로운 곳에 견학을 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매년 절기에 따른 변화 외에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일상을 사는 것. 특별히 이벤트적인 활동이나 학습은 하지 않고 자유놀이를 한다는 원의 운영 철학에 공감하면서도 지루하진 않을까 솔직히 고민했다. 그런데 아차. 산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매번 같은 자연의 재료로도 다르게 놀았다.

성미산은 이전에도 크게 헐릴 뻔했다. 처음 1997년 서울시의 성미산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 공동육아, 두레생협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 방식의 가게들과 대안학교가 만들어졌고 마을이 생겨났다. 2006년 홍익재단이 성미산을 매입해 초중고 건설 계획을 추진하면서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2012년 결국 학교는 설립됐고 잣나무 숲은 사라졌다. 그렇게 깎여 나갔지만, 여전히 성미산에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생물이 산다. 그런 산이 2022년 또다시 난개발 사업 위기에 처해 있다.

성미산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는 그때의 부채감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이의 아름다운 사계를 선물 받고 온전히 누리기만 한 사람이라 부채감을 갖는다. 오늘부터 나무가 베어져 나갔다는데 나는 감염병으로 등을 바짝 붙이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산을 훼손하고 식물 뿌리를 뽑아 데크길을 깐단다. 공터를 메꿔 건물을 짓는단다. 빈 땅은 땅대로, 산 길은 길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에요. 북한강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이자 서울 도심의 숨구멍, 마포구에 남은 하나뿐인 자연숲이에요. 부디 같이 관심 가져주세요. 서명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AxJzjhPDekszdlEjHqYMS-ramwnQDRTWd9hALCs7lGsfG2A/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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