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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Aug 05. 2019

우리 집 이름은 오르막이에요

지난주 금요일, 서울시에서 공동체주택 예비인증 심사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참가한 팀 중 유일하게 통과했다(고 한다. PT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남편과 아이가 대신 자리했다) 질문은 주로 자금 동원과 같은 더 현실적인 내용 위주였다고 하는데, 조합원들과 미리 준비해본 원고와 FAQ 내용 일부는 여기 기록해둔다.


소행주7호의 공식 명칭은 '오르막'이다.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등산 소모임 오르락 멤버들이 주 구성원이기도 하고, 성미산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부지 있기도 해서 애칭으로 정했었는데, 결국 이를 넘어서는 이름을 구하지 못했다. 막판까지 고민했던 이름은 '여신재'다. 순 우리말의 고개 '재'를 써서 여섯 가구가 신나게 사는 언덕 위의 집. 결국은 소위 '있어 보이는' 멋진 이름보다, 투박하지만 간결하게, 예전에 감나무가 마당에 있는 집은 감나무집이라고 했던 것처럼 부르기 쉽고 알아듣기 쉬운 이름으로 하자는데 모두가 공감했다. 히브리어로 '오르'가 빛이라는 뜻이어서, '누구든 환대하는 빛의 집'이라는 뜻도 추가로 붙였다.


Q. 왜 공동체 주택을 하게 되었나요. 앞으로 어떤 공동체 주택을 생각하고 있나요?

A. 공동체주택이라고 해서 특별하다 생각지 않습니다. 예전 어른들이 너나없이 서로 돕기도 하고, 고민도 하며 이웃으로 살던 그런 마을의 모습과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미래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가 좀 더 지배적인 시대에서 자율과 공동체성이 어우러진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체주택을 시작했습니다.


Q. 조합과 구성원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저희 조합원은 총 12명으로 자녀들을 포함하면 구성원은 24명입니다. 입주가족 6세대 중 4세대 가족이 약 3~4년간 등산 소모임 오르락에서 한 달의 1회 이상을 만나 가족산행 등을 함께 했습니다. 또 6세대 중 5세대는 마포구 성산동, 합정동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조합원 경험이 있고, 중/초등 방과 후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6세대 모두 맞벌이 부부로서 마을활동가, 상담가, 노무사, 기자, 홍보기획가, 정책기획가, 입법조사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관심사와 특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녀들의 나이 구성은 3세에서 초등학생 4학년까지 한 살 터울 아이들, 중학교 2학년, 3학년, 그리고 성년이 된 아이 둘까지 계층의 차이가 큽니다. 어른들의 나이도 약 26년 차이가 납니다. 저희는 이런 차이를 기반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지역사회에 좋은 모델링이 될 수 있다고 다짐하고 기대합니다. 또한 2층 입주자에 고양이 5마리, 5층 입주자에 강아지 1마리가 함께 살게 될 것인데요.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같습니다.


Q. 원래 알았던 사람들끼리 주택을 짓는 게, 마을 공동체를 확산하려는 공동체주택 지원 취지에 맞나?

A. 성미산마을 공동체의 힘은 점조직처럼 이뤄져 있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축제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등의 커다란 구심점이 있으면서도 개별 조합 단위가 잘 형성돼 있고 자유롭게 개인의 참여와 공동의 연대가 이뤄집니다. 이처럼 모든 공동체의 확산은 개별 단위의 관계 확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원래 알고 있던 관계를 기반으로 한 덕분에 건축 추진과 조합 운영 규약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큰 갈등 없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왜 성미산마을이라는 지역을 선택했나?

A. 6세대 모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씩 이 마을에 기반을 둔 주민이자 오랜 구성원이었고, 각자 마을 공동체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참여와 기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합원 모두가 마을의 상징과 같은 성미산과 더 가까이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산 아래 좋은 부지를 찾은 것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해당 부지 건물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퇴거 등 난관이 있는데, 어떤 협조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우리가 마을에 기여하는 공동체주택의 출발점이 바로 세입자와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고, 예비인증받아 당장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지금 그 부지에 살고 계신 분들의 안정적인 이전 문제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잔금을 치른 7월 초부터, 단지 새로운 집주인과 세입자로의 관계 설정이 아니라 같은 마을 주민으로 접근하며 만나고 있습니다. 세입자 분들도 신축 분양하는 빌라가 들어서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공동체주택 취지에 대해서 이해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대화할 계획입니다.

Q. 공용공간을 마을 커뮤니티로?

A. 성미산에 지어지는 공동체주택으로서 공간과 입주자들의 재능을 지역사회에 나누고자 합니다. 성미산마을은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수많은 자발적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수용할 공동체 공간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도 집 짓는 고민을 나누며 회의를 하면서 동네 안의 공간 부족을 절감했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용공간 운영과 관련해 다른 소행주, 공동체주택과의 차별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A. 우선 다양한 직업을 가진 구성원들 특성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간 면에서도 커뮤니티실이 1층에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것, 작은 정원과 접해있고 필로티 주차장도 확장적 공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등 큰 특징입니다. 일층의 거의 모든 공간을 지역사회에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소행주 7호, 오르막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미산 중턱, 턱없이 지어지는 집 오르막, 저희가 꿈꾸는 공동체 주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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