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푸레 Nov 24. 2021

안과 밖

박준

그 창에도 새벽 올까

볕 들까

잔기침 소리 새어 나올까

초저녁부터 밤이 된 것 같다며 또 웃을까

길게 내었다가 가뭇없이 구부리는 손 있을까

윗옷을 끌어 무릎까지 덮는 한기 있을까

불어낸 먼지들이 다시 일어 되돌아올까

찬술 마셨는데 얼굴은 뜨거워질까

점점 귀가 어두워지는 것 같을까

좋은 일들을 나쁜 일들로 잊을까

빛도 얼룩 같을까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 버릴까

그래서 나도 버릴까

그래도 앉혀두고 한 소리 하고 싶을까

삼키려던 침 뱉을까

바닥으로 겉을 훑을까

계수나무 잎은 더 동그랗게 보일까

괜찮아져라 괜찮아져라

배를 문지르다가도 이내 아파서 발끝이 오므라들까

펼친 책은 그늘 같아지고

실눈만 떴다 감았다 할까

죄도 있을까

아니 잘못이라도 있을까

여전히 믿음 끝에 말들이 매달릴까

문득 내다보는 기대 있을까

내어다보면 밖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안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