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봄날은 간다>(2001)
오늘 소개할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 영화에는 '상우'와 '은수'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각각 유지태 씨와 이영애 씨가 맡았는데요. 제가 오늘 소개할 캐릭터들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유지태 씨가 연기한 상우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청년이에요. 그리고 은수는 이미 많은 사랑을 경험한 여성이거든요. 그러니까 사랑의 열기는 언젠가 식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사람인 거죠.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남자와 사랑은 언젠가 변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상우에게 감정 이입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변하지 않고, 이 사람과의 사랑이 끝나면 나도, 세상도 다 끝날 것만 같은 그런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시기가 저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시기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상우고요.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다가 어차피 사랑은 변하는 거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고 혹시나 사랑이 끝나도 상대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좀 더 성숙한 태도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엔 은수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상우, 그러니까 유지태의 영화거든요. 철저히 상우의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측면이 있어서 말하자면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 거예요. 그러니까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의 남자들이 보면 은수를 욕하면서 보는 영화일 수 있고, 이제 30대가 넘어가면 아마 많은 분들이 상우를 보면서 그래 나도 저렇게 순수했던 때가 있었지, 라고 하거나 아니면 은수에게 이입하면서 너무 사랑의 경험이 없는 순수한 사람을 만나서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봄날은 간다>는 상우가 은수에게 상처를 받고 끝나는 영화일 수도 있고요. 반대로 은수가 너무 순수한 상우를 만나서 오히려 상처를 받는 영화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잘해준 사람은 잊어도 내가 상처 준 사람은 절대 못 잊는 게 또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나한테 정말 상처준 사람은 친구랑 욕도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내가 상처준 사람은 미안하고 그러니까 친구랑 같이 욕도 못하는 거죠. 계속 내 마음에 어떤 죄책감으로 남아 있는 사람일텐데 아마 은수에게 상우가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히려 은수가 상우에게 상처를 받고 끝나는 영화, 라고도 볼 수가 있는 거죠.
영화에 관해 좀 더 궁금하시다면,
6월 12일(일) 오후 6시 15분, TBN(강원) <달리는 라디오> - ‘캐릭터 클로즈업’(FM105.9)을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