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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페이지 Jan 12. 2022

그럴 수도 있지, 뭘

내가 점심 메뉴를 골라 줄 서서 밥 먹었는데 맛이 없었던거야....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끼. 매일 먹는 집밥에 반찬은 크게 다른 것이 없다. 그래서일까. 특별히 멀리 나가서 뭔가 먹게 되는 날이면 평소보다 몇 배나 신경쓰인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걸 먹고 말겠어!'하는 투지가 마음속에서 끓어오른다.

이런 날은 꼭 가보지 않은 맛집을 찾고 싶다. 나의 맛집 리스트에 새로운 가게를 성공적으로 추가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 뭔가 먹고 싶다고 할 때 당당하게 내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패가 될만한 그런 가게 말이다. 생각만해도 흥흥~ 콧노래가 나온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아래서 먹는 맛있는 점심 한 그릇. 그 시간을 위해 폭풍 리서치를 시작했다.

블로그에 광고업체나 수수료를 받는 리뷰어가 늘어나면서 맛집 키워드는 무용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가고싶은 지역을 선택하고 지도앱에 뜨는 밥집 리스트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색을 하는 편이다. 그 중에 별이 많은 가게면 좋고, 리뷰나 사진이 좋은 가게면 더 좋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내 취향이 아닌 밥집도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거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해서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여유가 없을 때, 떠오르는 메뉴가 없을 때, 이미 밥 먹을 지역이 한정적일 때, 지인과 함께인 상황에서 '내가' 가게를 선택하게 되면 꼭 근처엔 맛집이 없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골라 갔는데, 줄을 서게 된다면 거기서 한 번 더 감점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배가 고파오기 때문에 기다림은 불필요한 기대감을 만들기 때문이다. 맛이 보장된 집이라면 그래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아닐 경우에는 최악이다.

차례가 되어 가게에 들어가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배를 든든하게 만들 즐거움보다 '내가' 고른 가게에서 먹을 음식이 맛없으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상은 통계학에서 비롯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인간의 불안 또한 그와 비슷한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겪은 끼니에 의하면 이번 점심은 망했다는 촉이 온다.

그래서 먹은 밥이 맛있었냐면, 맛이 없었다. 하하.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밥을 먹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른 누군가의 선택으로 내가 먹은 밥이 맛없었다고 해도 나는 타인을 질책하는 일이 없는데, 그 마음을 반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작은 마음의 소유자여서일까. 어쩌면 이것도 자의식의 과잉에서 비롯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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