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1.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언제나 여분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서 많게 또는 적게.
끊어낸다.
2.
배달음식을 먹고 난 뒷정리는 늘 씁쓸하다.
메인요리가 담긴 그릇은 물론, 자질구레한 반찬들이 담긴 것까지.
한 번의 식사에 사용된 일회용기의 양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 생활하며 분리수거통에 모이는 쓰레기의 양은 제법이다.
인간의 존재 의의가 쓰레기 양산에 있나 의뭉스러워질 정도다.
그럴때마다 지나간 삶의 단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을 데우는 보일러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따뜻한 물을 틀면 다 같이 연달아 써야했고 고철을 쌀튀밥으로 바꿔먹었으며 휴지를 무척 아껴써야했다.
휴지가 빨리 줄어드는 날이면 예전에는 신문지로 뒤를 닦았다는 말씀을 꼭 하시는 어른들.
최소한의 써야할 것 조차 쓸 수 없을 때, 우리는 가난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가난했다.
그들은 가난에 살았다.
행주가 보이지 않아 식사를 마친 테이블 위를 휴지로 닦았다.
한장은 적고 두장은 애매해 세장을 뽑았다.
한 때는 너도 고급물건이었는데 싶은 생각에 내가 왜 서글프다.
식탁닦기로 전락한 갑티슈에 감정이입을 하는 걸 보니 감정이 요동치는 밤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