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아닌 방학
방학이라는 단어는 참 정겹다. 방학에는 푹 쉴 수도 있었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도 있고, 멀리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여름방학에는 국영수 중심으로 보충수업을 했어서 오히려 체육, 음악, 미술 등 숨쉴 틈이 있었던 학기 중을 더 그리워 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방학이 더욱 좋았다. 컨셉을 잡아서 방학을 즐겼다. 한번은 영어공부에 매진하기도 했었고, 한번은 선교를 다녀오기도 했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취업을 해야할 시기가 가까워질 때는 방학 내내 자소서만 쓰기도 했었다. 무엇을 했던, 방학은 좋은 추억으로 가득차 있었고, 지금 돌아봐도 너무나 그립다.
직장에 들어오니 방학이 제일 아쉬웠다. 여름휴가가 있었고, 다른 사기업에 비해서는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었지만, 휴가와 방학은 달랐다. 우선 기간이 다르다. 방학은 최소 한달 이상, 대학생 방학은 두달인데, 휴가는 일주일 남짓이었다. 쉴만 하면 복귀를 해야했던 것이다. 또한 휴가는 내 현업을 잠시 멈춘 상태에서 다녀오는 것이었고, 휴가가 끝나면 산더미 처럼 일이 쌓여있었기에 휴가 기간 내내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을 가지고 있었다. 2010년에 졸업을 했으니 10년동안 방학이 없었다.
그립던 방학이 2020년 여름에 찾아왔다. 그것도 '여름방학(실제 학교에서는 Summer Break라고..)'이라는 이름 그대로....
너무 가슴 벅찼다. 학생때 처럼 생활계획표를 짜야하는건 아닌지 고민도 잠시했다.
여행을 잠시 다녀와 볼까? 그동안 공부한다고 못만났던 사람들도 좀 만나고, 운동도 해야겠다는 여러 희망찬 계획을 나름 세웠다. 그런데...역시나 코로나19가 앞길을 막았다. 여행은 고사하고, 친한 사람들 한번 만나기 어려웠다. 그리고 오늘 9월 1일... 방학이 끝났다.
집에 있었던 기억, 운동을 조금 했던 기억, 그리고 다시 집에 있는 기억...뭘 했는지, 한달의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10년만에 찾아온 방학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방학에 작별을 고하며 가을 학기를 맞이 한다. 아쉽지만, 남은 하반기를 잘 달려가기 위해 체력을 잘 비축했다고 긍적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또 다시 내 인생에 찾아올 방학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