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빈노 Nov 02. 2023

요가 없는 삶은 어땠을까

-겨울에 썼던 요가

일찍 일어났는데 마음이 두서없어서 옴고묵따 선생님 영상을 틀었다. 오랜만에 차크라. 몸의 감각을 깨운다. 명상이 왜 좋냐면. 감각이 살아나고. 마음을 정리하며. 주의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수련함으로써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컨트롤. 조절. 몸-마음-의식의 통합. 을 수련하는 것이 요가, 이 세 가지 측면이 통합되지 않을 때, 하나의 뜻으로 모이지 못할 때 문제가 일어난다.


요가를 만난 것은 한 10년 전 (와.. 벌써...)  당시 아끼던 일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가 미뤄뒀던 졸업을 호다닥 준비하던 시기였다.  별 뜻 없이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해서 처음 수업에 들어간 날.  ‘남자 선생님이시네. 섬세한 수업은 아니겠다.’라는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주던 선생님의 마무리 인사.  "오늘도 마음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음을 내? 시간을 내는 게 아니고????? 그런 섬세한 언어는 난생 처음 들어봤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한참을 곱씹던 그 문장과, 선생님 표정과, 그 문장을 내내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던 길까지도 여전히 그릴 수 있다. 아마 난 그날로 이미 요가와 연을 맺기로 한 것이 아닐까. 요가사랑의 시작이 언제일까 생각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그 장면. 참 귀중한 기억이다. (나의 첫 선생님... 잘 지내시겠죠... 저도 그렇게 예쁜 마음과 언어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꾸역꾸역 컨디션을 찾으려고 깜깜한 새벽에 몸을 일으키고 명상을 했다. 요가를 다녀오고 최면 걸듯 주문을 외운다. 다시 힘을 내. 좋은 파도를 다시 잡아. 원하던 그 느낌을 기억해내. 그냥 기분일 뿐이야. 과거의 기복일 뿐이야. 기어코 감각했던 그 충만함을 다시 찾을 수 있어.   요가원에서 만나는 다양한 마음들이 모여 행복이 확장된다.  그리워하던 큐잉으로 디테일을 잡고. 핸즈온 한방에 내가 만든 한계를 훅 넘어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의 쾌감. 부지런히 오가는 길, 아침 공기와 밤의 기운 알록달록한 에너지를 받는 기쁨도 누렸다.


유난히 멋있어보이는 자세를 성공시킬 때보다 더욱 경이로운 장면들은 평범하고 쓸모 없는 데서 온다. 이를테면 양팔을 귀 옆으로 쫙 뻗어내고 어깨를 내린다거나, 골반 아래 두 다리를 무릎과 내복사까지 틈없이 붙여 곧게 서는 등. '이건 정말 별 것도 아닌데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상에서 구태여 취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자세를 한 번 두 번 힘을 써 시도해보다 어느 날 문득 쉽게 되어 버리는 상태를 만나게 되는 순간들에게 경이롭다는 표현을 붙여본다. 애써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찾아오게끔 하는 것. 그냥 바른 자리를 알고서, 천천히 향해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닿게 되는 것. 엄청나거나 대단히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도 가장 행복해할 수 있는 것. 그런 마음을 알게되는 기쁨이야말로 매트 위에서 받는 최고의 선물이다.



작가의 이전글 ? 야 너 이제 곧 죽는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