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화를 사는 일은 가끔 있었다. 꽃을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보다 얘네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컸어서.
무용정에 온 뒤, 안채에서 잘 자고 아침에 사랑채로 건너와(그래봤자 두 걸음이지만) 문을 탁 열 때 꽃이 날 맞아주는 게 좋아서 꽃 사는 빈도가 훅 늘었다. 이리저리 매만질 때마다 느껴지는 죄책감과 미안함은 여전하지만, 심지어 방 안에 있는 꽃들이 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보면 슬플 것 같아 안쓰러움까지 더해졌지만,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날수록 예쁜 것을 보고 얻는 위로가 커져서 아마 한동안 계속 꽃을 들일 것 같다.
동네 꽃집과 농장 직송 스토어를 번갈아 가며 열흘에 한 번 주기로 꽃을 사고 있다. 가격은 당연히 동네 꽃집이 더 비싸지만 배송받은 꽃을 컨디셔닝 할 때마다 실은 꽃집이 정말 저렴한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컨디셔닝에 드는 내 시간 + 한 포대기 나오는 쓰레기 + 줄기 자르고 잎사귀 떼어낼 때마다 꽃들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것이 연상되면서 받는 스트레스 등등)
얼마 전 오아시스에서 장을 보면서 새로 생긴 꽃 카테고리를 발견하고는 튤립 한 단을 식재료들과 같이 주문했다. 밤 10시에 주문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문 앞에 가져다주는 꽃이라니. 심지어 배송비도 무료라니. 세상 편리하구나, 싶다가,
이러면 동네 꽃집들은 어쩌란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름의 생존전략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예쁜 것을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 있는 동안은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사야겠다.
우리 동네 꽃집들 하나씩 돌아다니며 꽃을 사야지. 예쁜 것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서 얻게 될 에너지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