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Dec 03. 2018

우울증,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아이돌 ‘샤이니’의 ‘종현’ 군이 자살을 선택했다. 그의 노래나 유서를 통해 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여겨졌고, 실제로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이 종현 군의 자살사건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담론을 많이 키워나가고 있다. 그런데 종현 군의 유서를 보면, 자신의 힘듦이 성격의 문제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이해이며, 종현 군이 우울증을 앓으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자살에까지 이른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계속해서 생성되는 우울증 담론을 통해 아직까지도 우울증을 숨겨야 하는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사회 부적응자로 생각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우울증에 대한 담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울증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20대의 우울증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시대에,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울증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의 진실 

  우울증은 이름과 다르게 우울한 상태와는 관련이 없다.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며,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감기나 선천적인 이유로 인해 갖게 되는 심장질환과 같이 누구나 언제든지 딱히 특별한 이유 없이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우울증의 원인을 사회적인 배경이나 개인의 부정적 경험에서 찾고, 아주 위험한 질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울증의 증상으로 자해, 자살 등의 증상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에 비해서는 상당히 심각한 질병으로, 그리고 신체적인 질병보다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보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의 신체적인 원인은 절대 무시할 수 없으며, 그것을 무시한다면 우울증을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든지, 약을 먹으면 더 악화된다든지 하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우울증의 증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증상만이 우울증의 증상이 아니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개인차가 있고 정말 여러 가지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증상 몇 개를 살펴보자. 

  첫째, 무감정의 상태이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도, 기쁨의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태가 우울증의 증상이다. 만약 주변에 우울해서 매일 우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은 우울증이라고 할 수 없다. 이유 없이, 아무 상황에서나 아무 때나 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잠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적어지게 되고, 아무런 의욕도 없어진다. 이러한 증상은 마치 게으름으로 비칠 수도 있다. 셋째, 비상식적인 언행이다. 우울증의 증상으로 이 증상이 가장 덜 알려져 있다. 만약 주변 사람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한다면 그것은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들떠있다든지, 아니면 지각하지 않던 사람이 지각을 밥 먹듯이 한다든지,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낸다든지 하는 상황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든지, 지나치게 충동적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말 그대로 ‘비상식적인’ 언행이다. 이것 역시 우울증의 증상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생리 전 증후군의 경우도 호르몬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심한 경우는 도벽까지 올 수 있다. 이처럼 호르몬의 이상은 사람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한 비상식적인 언행이 그 증상일 수 있다. 넷째, 자해 충동이나 자살 충동이다. 이것 역시 상황적 맥락 없이 생길 수 있고, 그런 것이 우울증의 증상이다. 그러나 충동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며, 시도로 이어진 경우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과는 거리가 먼 질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울증은 왜 발병하는 것일까? 우울증의 사회적 원인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원인은 호르몬 이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호르몬 이상은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으나 후천적인 경우도 개인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사회적인 배경이 원인이 아니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 물론, 힘든 경험이 자극이 되어 우울증이 발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힘든 경험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우울증을 겪게 되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경험이 없다고 해서 우울증을 겪지 않는 것도 아니다. 즉, 우울증은 누구나 감기처럼 걸릴 수 있는 질병이며, 오히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치료가 오래 걸리고, 까다롭고 힘든 질병일 뿐 다른 질병과 다르지 않다. 굳이 우울증의 사회적인 원인을 분석할 이유도 없다. 사회적인 원인 자체가 우울증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우울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필요도 없다. 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마치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편견적인 시선을 없애는 것이다. 



‘약’과 ‘상담’의 진실

  우울증 약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 우울증 약은 먹으면 안 된다거나 약에 의존하게 되므로 되도록 안 먹고 이겨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기 쉽다. 그러나 우울증 약은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우울증은 약의 처방 없이는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질병이다.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자체가 호르몬의 이상에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이상은 인간의 의지로는 절대 정상화할 수 없는 것이며, 약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의 부작용이 크다는 이야기나 약을 먹으면 더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있는 이유는,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기간이 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약은 사람마다 그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그래서 맞는 약을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최소 6개월은 약을 바꿔가면서 증상을 봐야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맞지 않는 약을 복용하게 되거나 중간에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일이 있다면 증상이 확실히 악화된다. 따라서 맞지 않는 약을 받았을 때 그 부작용을 담당 의사에게 정확히 이야기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 보완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약 복용을 거부하면 우울증은 더 심화된다. 이러한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 혹은 이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우울증 환자들에 의해 약에 대한 편견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은 상담치료가 필수적이다. 상담 치료도 역시 초반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우울증 약과 마찬가지로 맞는 상담사를 찾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상담사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또한 상담사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사실상 우울증에는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치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경미한 우울증 증세는 나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울증의 경우 평생 약을 먹고살아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알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담치료가 필수적이다. 상담은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상담치료 역시 중간에 그만두거나 건너뛰면 안 된다. 반드시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가면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눠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지, 어떤 면에서 취약한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없다면 사람들의 편견대로 약에 ‘의존’하게 된다. 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단일 뿐 자신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담 치료가 필수적이다.



‘의지’의 진실

  사람들은 우울증을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본론 1에서의 이야기와 상충하는 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의지란, ‘나아지겠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본인의 의지이다. 즉, 직접 병원을 찾아가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고, 상담센터를 방문해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하며, 그 길고 어려운 과정을 나 자신을 위해 꾸준히 규칙적으로 행해나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본론 1에서 이야기했듯이 우울증 치료에는 약과 상담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맞는 약을 찾는 긴 과정을 견디지 못해 악화되고, 맞는 상담사를 찾지 못해 낙담한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지만, 반드시 의지를 가지고 약을 찾고,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그 의지가 없다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약의 처방과 상담치료를 병행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우울증이 나아지고 일상생활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장기간 치료해야 낫는 것이 우울증이다.

  예를 들어, 선천적으로 위가 안 좋은 사람은 평생 위가 안 좋은 채로 살게 될 것이다. 밀가루나 우유 같은 음식은 되도록 피해야 하고, 피치 못하게 위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날에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암에 걸려 죽는다든지 하지 않는다. 그냥 조심하면서 살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또한 위가 안 좋다고 위에 좋은 음식을 많이 챙겨 먹는다고 해서 위가 갑자기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위가 건강한 사람과 절대 같아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조금 조심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한번 발병하면 평생 따라갈 수도 있고 약을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살면서 스트레스가 큰일이 닥친다면 그것이 심해질 수도 있고 재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취약점을 인지하고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 방법이다.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아예 없애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면에서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지’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울증을 낫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구원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에 우울증을 가지고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감기에 걸린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해주면 정도면 된다. 그리고 평소처럼 똑같이 대하면 된다. 그리고 우울증을 아직 치료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우울증의 증상들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의연하게 받아들여 주면 된다. 마음이 나약해서라든지 어떤 큰 안 좋은 일 때문에 그런 병을 앓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독감에 걸리는 것이 자신의 의지도 부주의도 아니듯이 우울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울증은 그 증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약과 상담치료를 병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울증은 절대 사회에 부적응했기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호르몬 이상일뿐이다. 이 점을 꼭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