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자꾸 고개를 흔드세요?
틱 장애, 그 불편함을 아시나요
나는 틱 장애 환자다. 언제부터였을까, 짧은 기간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기억이 닿아있는 순간부터 나는 틱 장애를 품고 살아왔다. 시작이 언제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틱 장애를 앓고 있다고 사실 남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나는 정상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도 무사히 졸업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글도 곧잘 써내는 편이라 웬만한 중소기업의 서류 면접은 프리패스였다. 매체에서야 틱 장애를 워낙 자극적으로 다루니 그 병을 앓는 자체만으로 정상적인 삶은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증의 경우고, 나는 다행히 경증인 편이다. 물론 이 병을 품고 살며 불편한 점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는 주로 운동틱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고개를 마구 흔들거나 얼굴을 한껏 찌푸리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여기서 틱 장애에 대한 오해 한 가지.
모든 틱 장애 환자들은 증상을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증상을 참아내려면 참아낼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참아내야' 한다. 증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친 듯이 갑갑한 기분에 사로잡히는데, 어찌 됐든 초인적인 인내력만 있다면 버틸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대개는 그 버티는 것이 어려워 또다시 고개를 흔들게 되고 말지만.
사실 이 병 때문에 곤란한 순간은 많다. 나는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초등학생들은 순수한 만큼 잔인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순수하게 잔인한 게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인 것이다.
수업을 하는 도중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아이들은 꼭 물어본다.
"왜 그렇게 고개를 흔드세요?"
이 질문을 받으면 난처하다. 응, 선생님이 틱이라는 병이 있어. 그 병이 있으면 이렇게 갑자기 고개를 막 흔들게 된단다,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럴 때 나는 머리를 써서 순간 머리가 아파서 그랬다거나, 벌레를 쫓으려 그랬다거나, 온갖 핑계를 대야만 한다. 다행히 순수한 아이들은 아,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가 주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더 곤란한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다. 머리카락이 지금보다 길었을 때는 머리를 흔들다가 옆 사람의 얼굴을 치고 말았다.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재빨리 사과를 드리고 아무 일 없던 척 창밖을 보지만 내면의 얼굴은 이미 잘 익은 사과마냥 새빨갛다.
하여간 이 틱이라는 녀석은,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내 얼굴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