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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구원검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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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LAW OF JUNGLE

(SF 무협 판타지)



묘원장의 모습을 한 귀검마는 대구시 앞산 타워 꼭대기 피뢰침 위에 서서 대구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리밖의 개미도 완전히 식별할 수 있는 시력을 가진 귀검마는 분노와 살인이 넘쳐나는 대구시 곳곳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너희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은 지옥의 불구덩이로 던져질 운명이었으니 키키키키 그래 마음껏 서로 싸우고 죽여라. 그래 그래 분노를 마음껏 발산해. 바보 같은 인간들. ”

 

귀검마는 하늘을 향해 크게 고함을 쳤다. 그러자 요귀스럽고도 을씨년스러운 기운들이 귀검마의 입에서 나왔다. 그 기운은 생선이 썩는 것 같은 냄새를 풍기며 온 대구 시내를 뒤덮기 시작했는데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점점 더 심한 분노로 이성을 잃고 맹수처럼 표효하면서 온거리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지옥을 맛보지 않았을 텐데”


귀검마는 혀를 끌끌 찼다. 영혼을 악마에게 던져버리고 온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얻은 귀검마도 인간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다윈주의는 결국 그것이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참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인간보다 강한 자기 같은 자만이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다윈주의인데 왜 인간들은 결국 그 다윈주의의 희생자가 되어 지옥으로 떨어질 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며 주식투자니 게임이니 왜 아등바등 대는지 도대체 귀검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식으로 물질로 혹은 물리적인 힘으로 가장 강한 자로 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바보 같은 태양 놈 덕분에 구원검으로 인간계에 들어올 수 있었다...ㅋㅋㅋ 나의 마공이 인간계와 수면계의 구분을 금이 가게 만들어 그 틈사이로 지옥에 꼭꼭 숨어있었던 악마족들이 수면계에서 인간계로 손쉽게 들어오게 된 점에 대해선 감사를 해야겠지 킬킬 킬.”


잠든 인간들의 꿈속에서 가위나 누르는 능력밖에 없었던 수면계의 악마족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하는 인간들의 드림랜드 게임 덕분에 인간계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결박이 풀리게 된 데 대해 귀검마는 인간들에게도  감사에 감사를 거듭했다.


“이제 인간계와 수면계 그 어느 곳에서의 고수보다 더 강하다.”


귀검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귀검마는 품에서 구원검을 빼들었다.


우우우우우


크아 아아아


귀검마는 구원검에 마공을 있는 힘껏 모아 동쪽하늘을 향해 내뿜었다. 구원검에서  수억 개의 광선들이 쏟아져 나오는 장관이 연출되면서 마치 사람이 울부짖는듯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광선빛과 함께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 비명은 마치 공허한 영혼을 가진 자가 억울한 일로 치를 떨며 서서히 죽어가는 소리 같았다. 오장육부를 뒤틀릴 정도로 치를 떨게 만드는 귀검마의 마공은 구원검을 떠나 대구시  상공 높이 떠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동해 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마공의 넓이는 동해를 모두 덮을 정도로 거대하게 변하였고 동해 바다 위 하늘 위에 멈춰 서서 거대한 블랙홀을 상공위에 만들었다. 잠시 후, 귀청을 찢을 정도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리면서 거대한 블랙홀의 문이 열리며 동해의 바닷물들을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거둬들이듯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바닷물이 사라지면서 동해의 넓은 바다가 점점 바닥을 드러내었다.


우르르릉


바닷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물속에 잠겨 있던 산과 계곡 같은 지형들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제히 마그마를 뿜으며 화산폭발을 일으켰다. 수천 개의 대포가 일시에 발포되는 듯한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면서 독도가 있던 주위의 땅이 융기현상을 일으켰다.


우르르르


독도가 우뚝 일으켜지며 독도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한 나라로 연결되었다.


이 지각변동이 있는 동안 한국과 일본은 극심한 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어버렸는데 멀리서 하늘과 땅이 엎어지는 광경을 쳐다보며 귀검마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연신 낄낄대며 웃기만 하였다.


“이제 내 손끝 하나로 천지를 진동시켜 바다가 땅이 되고 땅이 불바다가 되게 만들 수 있다. 킬킬킬킬. 위대하지 않은가? 나의 힘이…”


귀검마의  목소리가 온 사방에 퍼졌다.


그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서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리던 꿈같은 일들이 이제 모조리 현실로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칼 스킨도 박사는 한국의 맥시화학 이사 진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회의라기보다는 스킨도박사의 일방적인 연설을 머리가 허연 백발의 이사 진들은 조용히 경청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인공지능 AI 시대나 가상현실 시대는 지나갔소. 이제 인간의 오감 전체를 만족시키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저희는 단순한 게임 업체로 시작했지만 인류최초로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 컴퓨터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10년 전부터 도벳수면연구소를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여 설립한 후 피눈물 나는 연구를 거듭해 왔었습니다.”


“후후 맥시화학이 번 돈은 거의 다 가져가 펑펑 쓰셨지.”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면서 맥시화학의 대표이사 최 경만은 스크린의 스킨도 박사를 잠시 노려보았다. 미국의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맥시화학은 신선한 산소를 용기에 담아서 팔아 전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창업주 최 선만은 최 경만의 아버지로부터 약육강식의 비정한 사업세계에서 생존하는 법칙을 철저히 교육받은 냉혈한이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같은 날이 오지 않았나 생각하지 않으세요?”


스킨도박사는 긴장한 목소리로 최 이사를 바라보았다. 스킨도 박사는 왜 하필 최 이사 앞에서만 그토록 위풍당당한 자신이 위축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성격이 잔인한 정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킨도박사는 별다른 특별한 이유 없이 최 이사 앞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질 못했다.


‘개 같은… 이제 내가 수면 DNA지도를 손에 넣었으니 공기나 파는 사기꾼 같은 너희 맥시화학과는 이제 작별이다. ‘


“이것 보시오. 칼 스킨도 박사. 당신은 지금 바쁜 우리들을 갑자기 잡아놓고 자화자찬을 30분간 늘어놓으셨소. 어서 본론부터 이야기 하시요.”


최 이사는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의 노트북에서 ‘한국최대의 재벌가의 아들 최 라이언 군의 사망원인은 약물중독’이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제목을 힐끔 보았다. 최 이사는 아들에게 자신의 우성 DNA 유전인자를 심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매번 실망시키는 모습에 차라리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라이언은 아버지 최 이사의 화학공장에서 각성제성분이 든 화공약품들을 훔쳐 마약을 제조해서 파는 것을 시작으로 최 이사와 아내의 속을 무척이나 긁어놓았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인공수정을 해서 다시 자식을 낳아야지.’


아들의 사망소식에 마음이 2~3일간은 슬펐지만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애당초 자신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를 받아 우성 DNA만을 유전자 결합시켜 소위 다윈공법으로 ‘만들어진’ 아들에 대해 그다지 자식이라는 부정애는 느껴지지 않게 된 최 이사는 아들의 사망을 기억에서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걱정한다고 아들이 되살아 나오진 않으니….’


아들의 사망소식도 망각 속으로 희석된 이유는 바로 ‘대구광역시의 광란적 소요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뭔가에 홀려 이성을 잃어버리고 거리로 뛰쳐나와 폭력을 일삼는다는 소식인데 화학약품제조에는 일가견이 있는 최 이사의 머리에는 이 번 기회가 도벳수면연구소운영으로 본 적자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분노를 잠재우는 약 같은 걸 제조해서 정부한테 팔아버리면 당장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최 이사는 생각했다. 애당초 이사회도 그 이유로 이 비 오는 밤에 급하게 줌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었는데 갑자기 칼 스킨도인가 하는 돈 빨아먹는 도벳수면연구소의 최고 우두머리가 불쑥 설레발을 떨면서 화상회의에 들이닥친 것이다.


“오늘 수면 속을 마음대로 넘나들수 있는 일종의 지도 같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음대로라는 말은 예를 들어 내가 박사의 꿈속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갑자기 최 이사를 비롯해서 참석한 모든 이사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킨도박사는 무안함을 당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물었다.


“스킨도박사님. 우리는 박사님을 물질적으로 지원한 이유가 현 다윈주의 시대에서 가장 우수한 과학인재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


“저희는 불면증을 치료하거나 꿈속에서 컴퓨터게임을 즐기고 새로운 수면세계를 더욱 생생히 접하라는 이유로 도벳수면연구소를 설립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박사님은 아이들 보물섬 지도 같은 걸 찾았다고 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정말 실망했소.”


최 이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화면 속의 스킨도박사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적자생존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약한 상대는 철저하게 밟는 최 이사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는 표정이었다.


“GOD DAMN!”


“방금 당신 뭐라고 했소?”


“욕을 했지. 누가 누굴 보고 실망스럽다고 하는지. 모르겠군.”


스킨도박사가 되려 욕을 하면서 비웃음을 짓는 모습에 충격받은 모든 이사들은 웃음을 멈추고  스킨도박사를 바라보았다. 몇 초 뒤, 최 이사는 더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뭐가 우습지? 최 이사?”


“그냥. 있지도 않은 GOD이 뭘 우리를 저주할지 한번 두고 봐야지. 더 이상 당신과 할 말은 없소. 그만 회의에서 나가주시오. 우리 이사회는 다른 중요한 안건이 있어서..”


“GOD이 없다고? 나도 방금 전 수면 DNA지도를 손에 넣기 전에는 GOD 따위는 없고 그저 눈에 보이는 세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나 그게 아니야.”


“당신과는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소. 어서 화상회의에서 나가주시오”


웃음을 멈추면서 최 이사는 돌연 호통을 쳤다.


“그렇게 소원이라면 나가겠소.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수면연구소를 도와주신 데 대해 마지막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 당신들의 꿈속에서 뵙죠. 후후후”


스킨도박사의 모습이 모니터 화면에서 사라지자 이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웅성거렸다.


“꿈속에 보자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늘은 눈앞에서 좀비 같은 짐승인간들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으윽.”

멍하게 서 있던 하늘은 박 지원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박사님.”


박사의 모습은 짐승인간들에게 무참히 짓밟혀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박사님! 괜찮으세요?”


“으으"

 

하늘은 머뭇거리다가 박사를 끌어안고 일으켜 난장판이 된 사무실의 소파 위에 뉘었다.


“크헉”


박사의 입에서 검붉은 액체들이 흘러나왔다. 순간 하늘은 박사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박사님.”


다급하게 하늘은 박사의 몸을 흔들어 보았다.


“이제 꿈속에서 깨어나야 할 …. 때가 온 것… 같아…”


“꿈이라뇨?”


“…….”


박사는 말하는 자체가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할 말이 이.. 네”


박사는 죽기 전에 마지막 힘을 짜내는 듯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질주의로 문드러진 희망이 없는 세상처럼… 나도 영혼이 없는 듯… 살아보려고 했지만.. 거부할 수 없었네..”


하늘은 박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박사의 의식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박사의 마지막 유언일지도 모르는 한 마디 한 마디들을 놓치지 않으려 몸을 최대한 숙였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수 록… 과학은 나를 한 방향으로 인도해 주었어….. 그분에게로.”


그분?


박사는 모든 힘을 모아 팔을 들어 손가락을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하늘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벽을 바라보았다. 평면 스크린 모니터만이 그곳에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하늘이 고개를 돌려 박사를 다시 바라보았을 때는 박사는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고 만 다음이었다.


깨어진 창문사이로 빗방울과 바람이 들어와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더욱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혼잡스러워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오늘 본 이 모든 것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뿐이다.


하늘은 박사가 죽기 전에 손가락으로 가리킨 모니터에 다가가 스위치를 올렸다.


화면에는 박사의 생전 모습이 떠올랐다.


“누가 이 화면을 보고 있는 순간에는 벌써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하늘은 박사가 유언을 남겨놓은 동영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영상속의 박사의 모습은  모든 삶의 무게를 어깨에서 내려놓은 듯 왠지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지금부터 하는 나의 말은 이 동영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무척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이 세상뒤를 지배하는 그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속여 왔었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설사 알고 있었더라도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악마들의 거짓말은 너무나 교묘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를 완전히 장악해서 자기들의 꼭두각시로 인간들을 꽉 붙잡고 놔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악마들의 최후는 정해진 수순입니다.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인간을 꼬드겨 기생충처럼 인간계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그분은 더 이상 벌레들이 세상에 창궐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분? 도대체 박사가 죽기 전에 말했던 그분은 도대체 누구인지 하늘은 궁금해서 좀이 쑤실 지경이 되었다. 싸움하다가 다친 부위도  욱신거렸다.


“그 최후를 아는 악마족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꼬드겨 지옥으로 데리고 갈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달되어 제아무리 인간들이 우성형질의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해도 악마족들을 당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이제 악마족이 가만히 있어도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


박사는 과학도가 아니라 이제는 세상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종교철학가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늘은 동영상을 끄지는 못했다. 오늘 밤에 본 괴이한 일은 과학적으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안 지난 생생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동화책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지옥이 만약 실제로 있다면 자신이 오늘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인간의 뇌활동은 과학이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으며 특히 수면 중의 꿈에 대한 연구는 도저히 과학의 힘으로는 풀 수도 없는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저는 과학도로서 평생을 꿈에 대한 연구를 해왔었고 나의 동지인 미국인 브니누박사는 수면계의 세계를 밝혀내는데 아주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수면계?


잠을 자면 꿈을 꾸는 수면 속에 무슨 세상이 있다는 거지?


“브니누박사는 최근 수면계를 들어가는 방법을 수학공식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수학공식은 인류에게 아주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나는 그 수면 DNA지도를 통해 수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질병이나 회복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기에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박사는 말을 멈추었다.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는듯해 보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브니누박사는 수면세계에 극한 중독증세를 보였고, 브니누박사를 이용해 도벳 연구소장 칼 스킨도는 수면세계를 상업적으로 컴퓨터게임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라는 실제 인간들의 영혼을 수면계에 투입시켜 색다른 컴퓨터게임을 제공하는 사업에 혈안이 된 것을 보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그들을 저지하려 일단 브니누박사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으로 중독자가 된 상태였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참으로 귀한 것이라는 것을 내가 과학자로서 한평생을 보낸 후에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박사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도벳연구소는 연구를 통해 ‘깨끗한 아이들의 영혼’이 수면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전사 플레이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내고 고아원을 세워 순수한 아이들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한 곳에 모으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왜 이 도벳연구소에 부설로 할렘 육아 센터를 세운 지를.. 힘없는 아이들을 게임의 노리개로 전락시키다니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약육강식’ 생존법칙을 철저히 배우고 자란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시간과 공간이 자유로운 수면계에서 그토록 강한 아이들이라면 그들을 조종할 무언가를 도벳연구소는 알고 있어야 할 텐데….      


하늘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박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다양한 과학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면 겪을수록 공포심과 수치심이 많이 발생되고 그런 상처받은 아이들의 영혼이 게임 속에서 더 잘 조종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도벳연구소 본사는 인간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짓을 아이들에게 저질렀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성유전인자를 장애를 일으키는 열성 유전인자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성적 폭력을 통해 아이들을 완전히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화면에는 아이들이 성폭력당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잠시 그 장면을 보던 하늘의 속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메스꺼워졌다.


“우웩”


투명한 위액이 나올 때까지 하늘은 계속 토악질을 해댔다.


사람이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하다니..


몸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하늘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세상은 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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