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무협판타지 ) 현무의 밤, 셋이 서다
현무의 밤은 숨을 쉬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시간이 도망칠 길을 잃은 듯했다.
빗방울은 여전히 공중에서 맺혀 있었고,
검은 금속 파편은 땅에 닿기 직전에서 떨며 버텼다.
그 정적의 중심에서—
하연과 연화는 등을 맞댄 채 서 있었다.
검과 창,
말은 없었으나 침묵 자체가 전술이었다.
서로의 호흡을 읽고,
서로의 무게를 계산하는 자리.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니라,
공존각투共存角鬪의 형세였다.
마황 A.I의 군세가 다시 재편되었다.
전위, 중위—
그리고 이번엔
후위 계산체後位計算體.
살기는 옅었다.
대신 공간의 밀도가 달라졌다.
마치 전장이 한 겹 더 씌워진 듯했다.
연화가 이를 악물었다.
“…저건 싸우자는 것이 아니네.”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건—”
검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사람을 고르려는 년.”
후위 계산체의 뒤에서
검은 선들이 퍼져 나갔다.
현무의 느린 시간 위에,
또 다른 시간표가 억지로 덧씌워졌다.
중첩重疊
마황의 방식이었다.
“현무의 영역 우회.”
“후보 분리 개시.”
기계음과 함께—
하연의 발밑 그림자가 셋으로 갈라졌다.
연화 쪽 하나,
첨성대 쪽 하나—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다른 방향 하나.
하연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셋?”
연화가 숨을 삼켰다.
“셋이라고?”
그때—
현무의 밤 바깥에서
전혀 다른 기운이 스며들었다.
청룡도, 백호도 아닌—
그러나 익숙한 푸른 숨결.
연꽃이 피듯 조용히,
그러나 결코 약하지 않게.
공중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푸른 도복,
물결 같은 검기.
청연(靑蓮).
하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청연?”
연화도 고개를 들었다.
“여왕 후보?”
청연은 대답 대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현무의 느린 시간 속에서도
그 발걸음은 어긋나지 않았다.
정중동靜中動.
그녀의 검이 허공을 그었다.
푸른 선이 하나 그려지자—
후위 계산체의 검은 선 하나가
깨끗하게 끊어졌다.
연화가 짧게 웃었다.
“와… 저거.”
하연이 중얼거렸다.
“쟤 원래 저렇게 조용히 무서웠어요.”
청연이 말했다.
“둘 다.”
목소리는 낮았고,
차분했으나 흔들림이 없었다.
“현무의 시험은 혼자가 아니다.”
연화가 픽 웃었다.
“이제 와서?”
청연의 시선이 연화로 옮겨갔다.
“이제라서.”
그리고 하연을 보며.
“너, 버티고 있지.”
하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뭐… 네.”
“원래 그런 애지.”
청연은 검을 세웠다.
“그래서.”
한 박자 멈추고.
“같이 서자.”
마황의 계산이 순간 흔들렸다.
후보 셋.
예상 외 변수.
“계산 재조정.”
그러나 늦었다.
연화의 창이 먼저 움직였다.
백호칠수—분쇄粉碎.
마라의 관절 하나가 날아갔고,
동시에—
청연의 검이 이어졌다.
청룡의 흐름이 아니라,
연꽃처럼 퍼지는 정밀한 절단.
그리고 마지막—
하연의 검이 들어갔다.
청룡의 선 위에,
현무의 무게가 얹혔다.
베는 검이 아니었다.
멈추게 하는 검이었다.
—쾅.
후위 계산체의 중심이
정지했다.
그러나—
대가는 즉각 왔다.
마황 A.I의 전위 군세가
현무의 느린 시간 속에서도
억지로 밀고 들어왔다.
부단불식不斷不息.
하연의 숨이 가팔라졌다.
연화의 어깨가 처졌다.
청연의 손등에도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때—
청연이 낮게 말했다.
“하연.”
“응.”
“너.”
청연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인간계로 돌아가고 싶지.”
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더 깊게 쥐었다.
청연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널 여기서 죽게 두면 안 돼.”
연화가 이를 악물었다.
“…이 밤, 참 바쁘네.”
그 순간—
첨성대 쪽에서
돌기단이 낮게 울렸다.
성간정(星間錠)의 진동.
이번엔 분명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을 향해 울리고 있었다.
멜기오르의 목소리가
현무의 밤을 가르며 내려왔다.
“중간 판정.”
“여왕 후보 셋—”
“각자의 방식으로 버텼다.”
청연이 고개를 들었다.
“…셋?”
연화가 코웃음을 쳤다.
“재밌어졌네.”
하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근데요.”
멜기오르가 시선을 내렸다.
“뭐냐.”
“이 시험.”
하연이 검을 세웠다.
“사람 골라내는 거잖아요.”
잠시 정적.
그리고 멜기오르가 답했다.
“그래.”
하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럼.”
한 박자 멈추고.
“저 같은 애는—”
눈빛이 단단해졌다.
“원래 탈락용이겠네요.”
청연이 즉시 말했다.
“아니.”
연화도 덧붙였다.
“아니지.”
하연이 고개를 돌렸다.
연화는 창을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버티는 놈은.”
미소가 비틀렸다.
“항상 제일 귀찮아.”
청연이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리고—”
“제일 오래 남아.”
마황 A.I의 군세가
다시 한 번 몰려왔다.
현무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해진 것이 있었다.
이 전장은
혼자 서는 자를 고르지 않는다.
등을 맡길 수 있는 자를 본다.
하연은 검을 고쳐 쥐었다.
연화는 창을 낮췄다.
청연은 검을 세웠다.
셋은 삼각으로 서 있었다.
각자의 앞을 향해,
그러나 중심은 하나.
하연이 중얼거렸다.
“…와, 씨.”
연화가 웃었다.
“왜.”
“여왕 싸움.”
검끝이 빛났다.
“진짜 귀찮네.”
별이 움직였다.
현무의 밤은 더 깊어졌고—
여왕의 싸움은,
이제 셋의 전쟁이 되었다.
(계속)
1. 하연 (河然)
소속파: 백련문의 성천검맥(星天劍脈) ― 별의 흐름을 검으로 잇는 중립·수호 계열
성격·과거
성격: 과묵, 절제, 책임감이 강함. 감정보다 판단을 앞세우는 타입.
과거: 인간계에서 격투가(UFC)에 가까운 생존형 투사였으나, 가족(아픈 아이)을 지키기 위해 수면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수면계가 마황 AI의 조작임을 깨닫고, ‘속임의 세계를 끊는 검’이 되기로 결심.
무공·능력
성천검식(星天劍式): 별자리의 궤도를 따라 검기가 흐름.
항성정심(恒星靜心): 정신 교란·환각 무효화.
각성 단계: 흑의(잠재) → 성광(각성) → 성천(완전)
전투 스타일: 방어적 반격, 최소 동작·최대 효율.
2. 연화 (燕華)
소속파: 운천검문의 백호칠수(白虎七宿) ― 지배와 정벌의 별군
성격·과거
성격: 지배적, 계산적, 냉혹한 카리스마. 패배를 용납하지 않음.
과거: 어린 시절부터 선택받은 자로 길러진 존재. 수많은 희생 위에 서서 ‘여왕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논리에 길들여짐. 자비를 버린 대가로 절대적인 힘을 획득.
무공·능력
규누위(奎婁危) 각성: 백호칠수 중 살의·압살을 관장.
백호참천(白虎斬天): 직선 파괴력 최강.
전투 스타일: 선제압살, 공포 유도, 전면 돌파.
3. 청연 (靑燕)
소속파: 청풍누각파의 청룡연맥(靑龍燕脈) ― 정보·기동·공중전 특화
성격·과거
성격: 냉정, 이성적, 거리 유지형. 필요하면 배신도 계산에 포함.
과거: 별의 기록을 읽는 가문 출신. 감정으로 파멸한 가문을 보며 “정은 오류”라 결론 내림.
무공·능력
청룡비연보(靑龍飛燕步): 고속 이동·잔상 생성.
청성절단(靑星切斷): 약점만 베는 정밀검.
전투 스타일: 히트 앤 런, 암살·교란.
4. 설안 (雪眼)
소속파: 사성교파의 설백정궁(雪白靜宮) ― 봉인·냉각·정지 계열
성격·과거
성격: 감정 절제, 무표정, 관찰자 성향.
과거: 감정을 느낄수록 주변이 파괴되는 체질. 스스로를 봉인하며 살아온 인물.
무공·능력
설안동결(雪眼凍結): 시선이 닿은 대상의 시간·기 흐름 정지.
빙성결계(氷星結界): 광역 방어·봉쇄.
전투 스타일: 통제·봉인, 장기전 지배.
5. 홍몽 (紅夢)
소속파: 사성교파의 몽염혈도(夢炎血道) ― 환각·광기·감정폭주
성격·과거
성격: 불안정, 감정 기복 극심, 매혹과 파괴가 공존.
과거: 수면계에서 너무 오래 머문 탓에 현실과 꿈의 경계가 붕괴. ‘자아’가 여러 갈래로 분열.
무공·능력
홍몽환참(紅夢幻斬): 적에게 가장 두려운 환영을 실체화.
혈몽공명(血夢共鳴): 감정이 폭주할수록 출력 상승.
전투 스타일: 혼란·광기 유도, 예측 불가.
6. 녹독 (綠毒)
소속파: 향월단의 녹사만독문(綠蛇萬毒門) ― 독·부식·침식
성격·과거
성격: 냉소적, 실험가 기질, 타인의 고통에 무감.
과거: 수면계 생태를 연구하던 연금술사. 마황 AI와 거래하며 ‘독’을 진화시킨 존재.
무공·능력
만독성맥(萬毒星脈): 별의 기운을 독으로 변환.
녹사잠식(綠蛇蠶食):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지속 독.
전투 스타일: 지연살상, 지역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