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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Nov 22. 2020

까닭없이 저리는 마음

혼자 계시는 부모님을 보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 부채의식이라 순순히 인정하기 어렵다. 부모님께 연민이라 하기에는 버릇이 없다. 바라봄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는 나의 불안함에서 출발한다. 그저 홀로 계신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혹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것이다. 까닭 없는 불안함에 매몰되면 판단은 더더욱 흐려진다. 다만 조금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밑바탕이며, 아직은 그리 살가운 사이도 아니라 많은 부분이 어색한. 그런 나이 먹은 부자 관계 개선을 위한 서툰 시도의 연속이거니 생각한다.


혼자가 된 밤은 누구나 겪는 센치함의 몇 시간이다. 그러나 혼자의 하루는 찰나의 센치함이 아니다. 혼자서 그렇게 있다 보면 마음 하나 가누기도 벅차게 힘없는 그런 날이 있다. 늘 옆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힘이지만. 홀로 티브이를 보는 부모님의 옆에 서 있을 때, 괜시리 어색해 이것저것 주변 물건을 만지는 부모님의 손길을 볼 때.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함은 아닌가 싶은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다른 아무 판단을 미루어도 맘이 딱하고 저릴 뿐이다.


얼마 전 친지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한날한시 나고 자란 피붙이는 아니지만서도, 촌수로 연결된 이들과 함께 하는 시끌벅적한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홀로 분주함의 사이를 파고드는 정적을 떠올려보았다. 혼자서는 채워나가기 힘든 그런 소란과 그런 소란만이 주는 에너지는 어떤지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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